오늘의문화

광주광역시서구문화원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에서 알려드리는 다양한 전시 입니다.

광주광역시서구문화원에서는 광주, 전남의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소식과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박소빈, 무등 신화와 용의 스토리
그녀는 ‘용과의 무한한 사랑’을 꿈꾼다

그녀는 용을 품었다. 20, 구례 화엄사 대웅전에서 만났다는 용은 일주문을 지나 커다란 몸을 스멀스멀 움직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몸속으로 빠져들었다. 용은 그녀와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몸살을 앓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 용의 부활 - 무등의 신화, 2023, pencil, coloring, bronze powder on paper, 230x600cm

전시 오픈 때 작품을 본 뒤 두 달여만에 다시 찾은 광주시립미술관 3층에서는 아직도 그녀의 몸속에서 용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용은 가끔 그녀의 연필 끝에서 바깥바람을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 그녀의 용은 화면 가득하게 춤을 추는 듯,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세상 이야기를 하는 듯 관객에게 전하는 오르가슴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그녀가 선묘(善妙)였던 것일까? 선묘는 지금의 산동성 봉래시 인근으로 알려진 당시 당나라 등주(登州)로 불교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 의상대사를 사모했다.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의상은 선묘를 보리심(菩提心)을 내도록 만들었다. 선묘는 의상이 깨달음을 얻도록 뒷바라지를 하겠다는 원을 세웠다.

의상은 화엄학을 공부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선묘의 집에 들러 감사의 말을 전하고 배를 탔다. 미처 의상을 따라가지 못한 선묘는 두 번째 원을 세워 의상이 탄 배를 보호하는 용이 되었다. 신라에 도착해서도 의상이 부처님 말씀을 전하도록 줄곧 옹호하였다. 그리고서 지은 절이 부석사(浮石寺)였다. 의상은 이곳에서 화엄종을 창건하였다.

그녀가 화엄사에서 용을 느끼고, 열병을 앓은 뒤 마주한 스토리는 부석사의 의상과 선묘였다. 아마도 그녀는 전생에 선묘였다는 윤회설을 체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그리기 시작한 용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박소빈(朴素贇)은 이렇게 말한다. “용은 보통 사람에겐 하나의 상징으로 생각하지만, 신화 이상의 에너지를 갖고 이제 나와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라면서 그림이 내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바로 영원한 사랑이나 꿈을 용의 이야기로 펼쳐가는 데 있다라고 했다.


* 21살, 시대의 자화상, 1991, oil on canvas, 180x147cm

이번 전시에서 박소빈이 선보이는 작품은 남들과 다른 누드로 선보인 ‘21, 시대의 자화상’(180x147cm, 1991)을 비롯하여 입구 첫 공간에 배치된 용의 부활- 무등의 신화’(230x600cm, 2023), 중국 금일미술관에서 49일간의 퍼포먼스로 진행되었던 가로 17m의 대형작품으로 출구에 전시된 부석사 설화- 새로운 신화창조’(145x1700cm, 2017) 등이 눈여겨 볼만하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연필을 이용하여 엄청난 몸동작이 수반된 용틀임을 화면에 담아낸다. 한 자리에 서서 가만히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갈수록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또 실제로 용이 꿈틀거리며 전시장 공간을 휘저으면서 나에게로 덮쳐오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만든다.

용의 부활- 무등의 신화는 오른편 아래쪽에 19805월 도청앞 분수대 광장에 모인 광주시민들의 함성을 그리고 있다. 용은 입으로부터 뿜어낸 엄청난 여의주들로 도청 앞 함성을 감싸 안고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작가가 9살 때 겪은 5.18의 모습과 충격을 검은 연필로 끊임없는 원을 그리면서 힘찬 에너지를 전달하려는 듯한 강한 울림을 준다. 광주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부활이라는 신화를 작가의 시각에서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보여준 것이다.


*부석사설화 - 새로운 신화창조, 2017, pencil, bronze powder on paper, 145x1700cm

부석사 설화- 새로운 신화창조는 배를 타고 당나라를 떠나는 의상대사 일행을 선묘가 용이 되어 거센 풍랑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화면 중앙에 배치한 배는 용이 떠받쳐 옮기는 형상으로 부석사의 창건설화에 맞닿아 있다. 왼쪽 위 끝에 중국중앙TV(CCTV)라는 랜드마크와 같은 건물과 이 작품을 49일 동안 그렸던 금일미술관의 모습을 배치한 것은 그녀가 이곳에서 작업한 장소성을 강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천국의 사랑’(245x600cm, 2022)은 작품 중앙에 엄마의 뱃속에 잉태된 생명과 오른쪽 아래 끝에 태양 안에 살고 있다는 삼족오(三足烏)가 생명성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통해 그 영원성을 보여주고 있다. 머리에 볏이 있는 삼족오는 한국 고유의 삼족오이며 봉황과 동일시된다는 점에서 용과 연계된 상징성을 강화하고 있다.


* Heaven in Love, 2022, pencil, bronze powder on paper, 245x600cm

특히 연필심의 검은색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종이용 반사 재료인 청동분말로 된 브론즈 파우더를 이용하여 어두운 곳에서도 눈에 띌 수 있는 효과까지 고려하였다는 점은 재료의 다양성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라고 하겠다.

중간중간에 지난 3년간의 코로나 팬데믹 시간에 고립된 공간에서 주술처럼 써 내려간 박소빈의 갑골문자와 같은 새로운 문자작업은, 용에 대한 그녀만의 천수경이며 주기도문처럼 느껴진다. 마치 무한 반복인 듯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 읽히는 이야기들을 문자로 토해내는 작업은 지루한 일상에 대한 싸움이고 도전이었을 것 같다.

전시장으로 들어서기 전에 입구 한쪽에 있는 특별코너인 다큐멘터리 영화 : 박소빈을 볼 필요가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중국 북경 출신의 청년 영화 감독 관얼(关耳, Gran Zheng)이 제작한 박소빈 작가의 중국 북경 활동을 기록한 실험적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리고 출구를 나가기 전에 박소빈이 말하는 자신의 작품세계와 용에 대한 그녀의 꿈을 잠시 시청하는 시간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스케일, 화면마다 숨겨져 있는 상징, 그녀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광주의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지난 몇 년간 보여주었던 작품전 가운데 가장 깊이 있게 울림을 경험한 감동이었다.

그녀의 작품에 대해 윤진섭(2013)박소빈 회화의 정서적 울림은 선묘의 깊이 있는 축적에 기인하거니와, 거기에 덧붙여 엄청난 크기의 화면은 그 자체 송고함을 더한다라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2024324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아직 이곳 미술관 전시장을 둘러보지 않았다면 크게 후회할 것 같은 전시임이 분명하다.

 

 *작가 박소빈과 필자 정인서

 

Tag #박소빈# 용의신화# 부석사#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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