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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에 대한 감사
    가끔 지나온 일을 되돌아볼 때가 있다. 아스라한 날들의 기억, 굴곡진 인생의 이런저런 위기와 행운들. 용케도 이리저리 잘 지내왔다 싶기도 하다. 험한 세상을 헤쳐 온 일들을 과거는 간직하고 있다. 마치 지내온 이야기들이 기적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한 몸 건사하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입때껏 살아남아 있다니 운, 그렇다, 운이 좋아서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운칠기삼’이라는 말대로 지나온 삶에 더욱 겸손해지는 마음이다. 내가 살아온 일들이 사실은 운이 도와서이지 결코 내가 별나서가 아니라는 것.  최근 미국의 어느 경제학자가 오랜 동안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그들의 성공은 운의 작용이 더 컸다고 결론지었다. 그 결과 ‘성공은 재능과 운의 합’이고, ‘큰 성공은 약간의 재능과 큰 행운의 합’이라는 공식까지 만들어냈다. 무엇을 해보려고 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만사가 운으로 결과되는 것은 아니다. 운의 여신은 앞머리에만 머리칼이 있고 뒷머리엔 없다고 한다. 운이 다가올 때 얼른 앞머리를 잡아채야지 지나가버리면 그만이다.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재능과 능력이다. 재능이 있어야 운도 따른다. 서양 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딱 그 말이다. 능력은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순전히 자기 공력이다.운을 말하다가 혹여 사람 팔자는 정해져 있다고까지 하면 곤란하다. 능력이 첫 번째에서 열 번째다. 운은 우리가 모르는 힘이다. ‘운’이라고 쓰고 ‘모른다’로 읽는다. 운은 무엇이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요, 작용이다. 인간은 다만 능력껏 최선을 다해 살 뿐이다. 그 다음 일은 겸손하게 운에게 맡기면 된다. 만일 일이 어긋났더라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여기면 된다. 우리가 모르는 힘이 있어 하는 일들에 관여한다. 매우 흥미로운 인생살이의 면목이다. 다시 쓰지만 여기서 자칫 운명주의, 숙명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 애당초 우리는 운을 전제로 살아가지 않는다. 성실히 능력껏 한 일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진짜 운일 것이다.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이 세상에 생명을 얻어 태어나 살아온 날들의 고비마다 ‘하마터면’ 하는 위기의 대목이 얼마나 많았으며 ‘용케도’ 하는 행운의 장면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그래서 시인 워즈워즈가 ‘인생은 기쁨과 슬픔의 두 가닥으로 짜여진 실타래’라고 했는지 모른다. 늘 기쁜 날만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슬픈 날만 있는 것도 아니다. 늘 운수 나쁜 날이란 없다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노라면 인생이라는 드라마가 한편 재미있기도 하다. 슬픈 이야기는 그것대로, 기쁜 이야기는 또 그것대로 내가 주인공 배우가 되어 연기하는 스토리다. 인생에 불만을 품고 화낼 일이 아니다. 누구는 ‘인생이 내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인생에 술을 사주어야 하는 것이다. 사는 것이 팍팍하다고,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오죽 했으면 그러랴 싶다. 그 고통과 슬픔, 좌절, 절망, 분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죽는 것이 낫다는 것은 그에게 생명을 준 자연법에 어긋난다. 그에게 자연이 준 행운을 거역하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대로 우리는 사는 것이고 살아야 한다. 정말 흥미롭게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사는 당대와 불화한다. 시대와 늘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말이다. 그 불편은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 불편을 자신의 능력으로 헤치고 살아가는 것이다. 카페트가 깔린 꽃길은 없다. 언덕과 절벽과 험한 길을 가야 한다. 이렇게 과거에서 생각을 퍼올리면 세상에는 온통 감사할 것밖에 없다.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에 태어나지 않고 한국에 태어난 것, 다른 집이 아닌 자기 부모한테서 태어난 것, 형제들을 만난 것, 산천이 아름다운 남도가 고향이라는 것, 이만큼 존중받는 법체계를 갖춘 이 시대 민주국가에서 산다는 것, 모든 아름답고 좋은 것들이 운 좋게도 내게 주어졌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들이 아니다. 태어날 때 쟁반에 올려져 있던 것들이다. 이보다 더 기막힌 행운이 있을까.지금까지 운 좋은 세상을 살았으니 미래 역시 운 좋은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남북이 화해하고 교류하고 협력해서 서로 왕래라도 하고, 전쟁 위험을 줄인다면 발을 뻗고 잘 수 있으니 이 또한 행운이 되지 않을까.이미 있는 것들, 있었던 것들, 있을 것들에 대해서 무한한 감사를 표해야 마땅할 것이다. 인생을 성공했다거나 실패했다고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인생은 끊임없이 생성되는 것이므로. 설령 스스로 성공했다고 자부할지라도 그 속에 개입된 행운의 손길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추석 상 앞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 앉아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운 좋은 일이 어디 또 있으랴.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감사의 대상이지 불만이나 한탄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인생은 감사와 행운으로 가득 차 있다. 과거는 아름답고 현재는 감동적이며 미래는 바라는 것의 여분이라고 생각해본다.
    2018-09-17 | NO.21
  • '광주정신'과 '광주다움'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문제와 관련하여 ‘광주답게’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한 보도를 접한 일이 있다. 광주의 모든 행정과 건축, 시설을 설치할 때 ‘광주답게’하자는 의도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광주답게’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선행요건으로 ‘광주정신’이 정립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어느 한 두 사람이 규정한다고 하여 될 일은 아닌 것 같다.들리는 이야기로 어느 한 시공무원은 업무를 추진하면서 업자에게 ‘광주다움’을 강조하니 당사자는 ‘광주다움’이 무엇인가 어리둥절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당초 예견된 것이었다.예로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답게 살아라’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답게’ , ‘사나이답게’ , ‘여성답게’ 라는 등의 말을 즐겨 사용해 왔다. 이 말의 내면에는 ‘학생’ ,‘사나이’ ,‘여성’ 등의 속성을 서로 이해하는 선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없이 사용되어지곤 했다. 그런데 여기에 ‘광주답게’라고 하면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광주답게’를 이해하려면 먼저 ‘광주정신’ 이 무엇인가를 제시하여야 한다. ‘광주정신’이 공식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흔히 ‘광주정신’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가치가 ‘광주정신’을 대변해 줄 것인가 궁리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에 ‘광주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광주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조작적(Operational definition, 操作的 定義)으로 기술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어느 한 두 전문가가 기술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중국 북경에는 ‘북경정신’이 있다. 북경시는 2011년 11월초 북경정신을 공표하였다. 북경시는 1년 이상의 연구와 논의를 하였고, 북경시민 1,500만 명 중 29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결정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북경시의 당 서기는 "애국(愛國)은 정신의 핵심이고, 창신(創新)은 정신의 정화이며, 포용(包容)은 정신의 특징이고, 후덕(厚德)은 정신의 품질"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2000년초 일본 동경에서는 도민의 의견과 ‘마음의 행동혁명추진회의’에서 제안한 ‘마음의 동경 룰’ 행동플랜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마음의 동경 룰(rule)」의 호소 내용은 첫째, 매일 올바르게 인사를 하도록 시키자. 둘째, 자기 아이가 아닌 아이들도 꾸짖자. 셋째,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자. 넷째, 조르는 아이를 참게 하자. 다섯째, 윗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기르자. 여섯째, 체험을 통해 아이를 단련하자. 끝으로 아이에게 그 날에 있던 일들을 말하도록 시키자 등 7가지이다. 전주시는 전주사람의 자존감과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 정립한 전주정신이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전주정신을 ‘꽃심’이라고 설정하였다. 꽃심은 꽃을 피워내는 힘, 새생명을 틔워내는 강인한 힘을 말한다.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의 꽃심을 지닌 땅’ 전주, 이는 최명희 선생의 작품 『혼불』에서 전주를 ‘꽃심을 지닌 땅’이라고 하였기에 이를 받아들여 정한 것으로 안다. 전주는 모두 함께 멋과 올곧음의 정신으로 새로운 문화와 세상을 창출해 가는 꽃심의 도시라고 한다. 꽃심 속에는 4가지 정신(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을 내세우고 있다. 전주시는 2018년까지 제4회에 걸친 ‘전주 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여 지난 2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전주정신 다울마당 위원들의 집필과 자문을 통해 전주정신을 선정하고, 이를 교육현장에 반영하기 위해 교과서가 될 표준교육안을 완성했다.이번에 제작된 교육안은 총 80페이지 분량으로, 전주정신 정립의 필요성부터 전주정신을 대표하는 꽃심의 4가지 정신을 제시하고 있다. 이 교육안은 전주정신의 의미와 역사 등에 대해 다루고 있어 전주시민과 타 지역 거주자 모두가 전주정신에 대해 보다 쉽게 알 수 있게 소개하고 있다. 위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지역의 공통 가치를 설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전문가 한 두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몇몇 전문가만이 바라보는 광주를 나타내기 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광주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선결문제이다. 또한 우리가 보는 광주만이 아니라 외부인이 보는 광주도 고려한다면 더 없이 좋을 성 싶다.그동안 광주시민은 우리들 스스로 ‘의향’, ‘예향’이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광주정신’인가 전문기관에서 고증도 거치고, 시민들의 의견도 거쳐 정해야 될 것으로 본다. 그런 다음 어떻게 하면 광주정신을 살릴 것인가에 대해선 ‘광주다움’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광주정신'은 광주시민이 지향하여야 할 가치이며 ’광주다움‘은 시민의 행동지침이여야 한다. 따라서 광주시민 모두가 지향하여야 할 가치를 어느 한 두 사람이 지정 또는 선포할 수는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광주시의 모든 행정이 ‘광주다움’의 색채를 띄게 하려는 취지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고 이 '광주정신' 또는 ‘광주다움’ 이 현대의 가치의 하나인 다원성을 무시하고자 하는 시도는 아니다. 다만 광주에 살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우리의 정체성을 더 발현해 보자는 작은 꿈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필자도 우리의 모습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보는 우리의 모습과 격차가 좁혀졌으면 바람뿐이다. 자랑스런 우리 고장 광주에 살면서 역시 광주시민들은 무언가 다르다는 평을 받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따라서 우리 것만 ‘옳다’고, ‘좋다’고 하지 않고 다소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모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광주정신’을 찾아 시민들이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한다. ‘광주정신’이나’ ‘광주다움’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광주시가 어느 연구기관에 프로젝트를 맡겨 학계, 언론기관, 사회단체들과 협력을 하여 우리들의 공동가치를 찾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2018-09-05 | NO.20
  • 광주가 올여름 유난히 뜨거운 이유
    정인서 광주서구문화원장
    광주 사람들은 올 여름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년 여름도 올해보다 더 뜨거울 것이라고 한다. 연일 40도에 가까웠던 폭염이라면 내년에는 한두달쯤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다는 게 지역민들의 꿈이 될 정도다.이렇게 뜨거운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상기후일 수도 있고 지나친 도시화로 인해 대형건축물이 많이 들어서고 탄소배출량이 많아지는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분지형태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대기흐름이 정체되면서 바람길이 차단되고 있는 실정이다.특히 광주는 지난 몇 년간 아파트 신축이 붐을 이뤘고 도시재개발, 재건축을 이유로 아파트단지가 도시 곳곳에 숨 막힐 정도로 들어서고 있다. 필자는 광주시 경관위원의 한 사람으로 대형건축물 경관 심의를 할 때마다 바람길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11월1일 기준 광주의 주거비율은 아파트가 78.34%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수치는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도시 아파트 비율은 서울 57.71%, 부산 64.65%, 대구 70.92%, 인천 61.67%, 대전 72.63%, 울산 71.22% 등이다.최근 고층아파트들이 줄지어 짓고 있다. 첨단지구 등을 중심으로 최고 42층에 달하는 첨단 힐스테이트 리버파크와 28층대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유스퀘어 건너편에 호반건설이 광주 최고층인 48층의 써밋플레이스를 건설중이다. 외곽지역에도 46층의 용두동 쌍용예가나 45층의 문흥 센트럴파크등 여러 고층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다.광주의 아파트 비율이 유난히 높다. 혹자는 이 때문에 인권도시, 문화도시를 외치는 광주가 부끄럽다고 말한다. 도시의 차별화는 물론 도시발전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광주가 답답하다는 것이다.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녹색건축 인증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건축물의 자재생산단계, 설계, 건설, 유지관리, 폐기 등 건축물의 전 생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및 자원의 사용과 오염물질 배출과 같은 환경부담을 줄이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건축물의 환경 친화 정도를 평가하여 인증하는 제도이다.지난 2002년 도입된 이 제도는 처음 시작됐고 2013년 친환경건축물 인증제와 주택성능등급 인증제를 통합해 현재의 녹색건축 인증제도가 되었다. 신축 건축물과 기존 건축물 모두가 인증대상이다.지난달말까지 광주에서 녹색건축 본인증을 받은 건축물은 모두 99곳이다. 주거용 건축물이든 비주거용 건축물이든 모든 용도의 건축물에 대해 건축주의 자발적 신청이 있어야 인증절차를 밟을 수 있다. 녹색건축 인증을 취득하면 등급에 따라 용적률, 건축물 높이제한, 취득세 감면, 재산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인증심사기준은 건축물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신축 공동주택의 인증심사기준은 토지이용 및 교통, 에너지 및 환경오염, 재료 및 지원, 물순환 관리, 유지관리, 생태환경, 실내환경, 주택 성능분야, 혁신적인 설계 등 9개 분야로 구성되며, 배점이 가장 높은 항목은 에너지 및 환경오염 분야의 ‘에너지 성능’이다광주는 2007년 제2정부통합전산센터 1곳을 시작으로 2008년 3곳, 2009년 27곳, 201년 6곳, 2011년 3곳, 2012년 4곳, 2013년 3곳, 2014년 11곳, 2015년 16곳, 2016년 11곳, 2017년 10곳, 2018년은 7월말까지 5곳에 그치고 있다.아파트 주거비율이 가장 높은 광주에서 녹색건축인증을 받은 아파트는 36곳에 불과하다. 공공건축물로는 학교 시설물이 42곳으로 가장 많고 공공기관 가운데는 서구청을 비롯하여 남구청, 제2정부통합전산센터, 세계김치연구소, 영산강유역환경청, 정부광주지방합동청사, 한국환경공단호남권지역본부 등 7곳이다.광주광역시청사는 물론이고 일부 구청사 및 산하 기관 건축물의 상당수가 녹색건축 인증을 받지 못했다. 규정에 미흡한 것인지 건축주가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폭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녹색건축물에 관심이 부족한 탓으로 지적하고 싶다.다행인 것은 광주시가 오는 2027년까지 10년간 총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시원하고 푸른 광주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는 앞서 지난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000만 그루 나무심기’와 ‘2015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추진한 바 있다. 더불어 건축물 디자인과 외형, 건축물의 색상에 있어서까지 열섬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이 도입되었으면 한다. 녹지공간의 대표인 공원의 개발도 최소화로 정책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 전체의 큰 그림이 필요하다.
    2018-08-30 | NO.19
  • 태풍 부는 날이 온다
    태풍이 부는 날  더 큰 태풍을 생각한다. 경제 태풍이다. 신문을 보면 세상이 곧 망할 것 같은 느낌이다. 자영업을 폐업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느니,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느니. 옛날에도 그랬다. 사람 사는 세상은 살아가는 그 시대마다 과제가 있어 힘들게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와 환경이 부과한 엄중한 고난을 헤쳐 나가야 한다.개인 단위, 가족 단위로 볼 때도 과제를 해결하느라 편한 날이 드물다. 아버지는 작은 자영업을 했는데 월말이 되면 늘 시름에 빠졌다. 월 단위로 갚아야 할 외상값이 있어서 돈 마련하느라 힘들어 했다. 거래처에서 외상으로 가져온 물건값을 갚아야 다시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사채를 내서라도 갚아야 했다. 그 시절 아버지의 모습은 늘 외상빚을 갚느라고 힘들어하던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아버지의 분투하는 삶을 통해서 인생의 고단함과 엄혹함을 목격했다.나중에는 다섯 자식을 돌보고 아버지 뒷바라지를 하느라 안 주인 노릇을 하던 어머니까지 소매를 걷고 생활전선에 나섰다. 그때는 그렇게 살았다. 먹고 살 수 있는 일이라면 밤을 새는 구멍가게라도 해서 도와야 했다. 그렇게 해서 가족의 미래를 열어갔다. 거리에 나가보면 젊은 사람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어딘가에서 한창 일할 시간에 한가롭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우울한 기분이 된다. 옛날에는 평일에 젊은 사람들이 대로를 활보하는 장면이 드물었다. 아니 실업자라고 손가락질할까봐 잘 나돌아 다니지도 않았던 것 같다. 젊은이들에게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나라의 비극이다. 며칠 전 신문에 770명을 뽑는 7급 시험에 3만6천 명이 몰렸다는 기사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오늘 우리 사회는 아무도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누가 미래를 이야기하면 공허하게 들린다. 일자리가 모자란 것을 전, 전전 정부의 적폐,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적폐로 돌리는 정치인들도 있다. 나는 이렇게 나빠진 이유를 꼭 집어 말할 재주가 없다. 다만 내가 사는 마을에서 자영업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것을 보고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가 다들 잘 돌아간다는데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에 처하게 되었을까. 혹자는 현 정부 탓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정책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 탓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꾸로, 그렇다면 정부가 경제정책을 아주 잘했다면 경제가 확 좋아졌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 경제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깊게 금이 가고 있었다. 우리가 세계에 내다 파는 모든 상품을 중국이 3분의 1값에 만들어 치고 들어오는데 버틸 요량이 있을까. 우리는 뭔가 더 나은 것을 만들어야 했다. 지금 중국은 4차 산업혁명에서 저만큼 앞서 가고 있고, 겨우 반도체 한 분야만 한국이 한두 걸음 앞서 있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 한 가지 반찬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되었다. 이것마저도 중국이 언제 앞설지는 시간문제라고 한다. 그동안 미래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다.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에서 ‘중진국이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선진국이 되지 않았는데 선진국 흉내를 내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가 딱 그 짝이 아닌지 모르겠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나간 여행자는 2천6백만 명이 넘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3배 가까이 되는 일본은 고작 1천6백만 명이다. 우리가 1천만 명이나 더 많다. 여가를 즐기고 해외 문물을 접하고 삶의 질을 구가하는 일에 돈을 쓰는 것을 딱히 외화낭비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생겨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문제다. 국내 소비는 줄고 있다고 아우성인데 해외에 나가서 돈을 펑펑 써댄다면 국민 의식에도 원인이 있지 않을까라는 말이다.아버지는 일평생 부자로 살지는 못했지만 일곱 식구를 건사했다. 아버지는 삶의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우리의 아버지들은 그렇게 살았다.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내 탓이 아니라 나라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정부도 걸핏하면 곳간에서 돈을 꺼내 손 벌리는 사람들에게 마구 살포하고 있다. 마치 산타클로스 노릇을 하는 것 같다. 그런 돈 뿌리기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나중에 곳간이 비면 어떻게 될까. 지금 이 나라는 정말 어려운 처지에 있다. 중국이 마치 우리를 집어 삼킬 듯 덮쳐오고 있다. 태풍은 불어오는데 우리의 대비는 전혀 안되어 있다. 그러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가발을 만들어서, 난닝구를 만들어서, 배와 자동차를 만들어서 지금 이 자리에 왔다. 어느 경제전문가가 블로그에 썼다. ‘한국경제는 비관의 시대로 가고 있다. 미래를 잘 파악하고 준비해서 당신 자신을 보호하기 바란다.’ 허리띠를 졸라맬 때다.
    2018-08-22 | NO.18
  • 달, 지구 생명의 열쇠
    초승달이 달 가까이 반짝이는 별 하나를 거느리고 서쪽 하늘에 걸려 있다. 하늘 여기 저기 더 훑어본다. 달에서 멀리 떨어진 하늘에 작은 별 하나가 바늘자국만하게 보인다. 약한 별빛이다. 자세히 바라보노라니 그 옆에도 또 별이 보인다. 별들이 하나씩 둘씩 계속 눈에 들어온다.숨은그림찾기라도 하듯 별들을 더 찾아본다. 꽤나 많은 별들이 눈에 잡힌다. 별을 헤아려 눈에 담았다가 별들을 다시 하늘에 놓아둔다. 며칠 전 천체 물리에 관한 책을 읽은 터라 저 별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별들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별과 떨어져야 할 거리에 딱 들어맞게 ‘그 자리’에 있다고 한다. 별들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정밀한 우주법칙에 따라 제 자리에서 운행하고 있다.달도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다. 기이한 것은 크기가 엄청 다른 해와 달이 우리 눈에 똑같은 크기로 보인다는 것. 그런 점은 별로 생각해보지 못한 터라 그 까닭에 관심이 간다. 지구 하늘에서 태양과 달의 크기가 같은 이유는 달이 태양보다 400배 작은 대신 지구에 400배 더 가깝기 때문이다. 뭐 이게 무슨 특별한 이야기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 태양계 내 행성들 중 하늘에서 태양과 달이 크기가 같게 보이는 건 이 우주에서 오직 지구뿐이라면 어떨까.세상에, 이런 우연의 일치는 천체의 어느 행성-위성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라는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이유이다. 만약 우리 눈에 태양은 솥뚜껑만하고 달은 접시만하게 달리 보인다면 사람 눈에 좀 성가셨을 것 같다. 밤에는 쬐그만 달이 뜬다면 말이다.그런데 놀라지 말라. 오늘 밤 서녘 하늘에 눈썹달로 떠 있는 저 달이 우리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전말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재주는 없으므로 대강 말하면 이렇다. 바다의 조수 현상으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데 여기서 달이 에너지를 얻어 지구로부터 아주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 1년에 3.8cm씩. 이 ‘조금씩’이 쌓여 10억 년 후엔 현재 지구-달 거리의 10분의 1인 3만 8000km나 더 멀어져 44만 km 떨어져 있게 된다. 그럼 어떻게 될까.달과 헤어진 지구는 일대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단다. 그 동안 지구의 자전축을 23.5도로 유지시켜 계절을 만들어주던 달의 영향력이 사라지면 자전축이 변하게 된다. 탄허 스님 말대로 자전축이 똑바로 서게 되어 우리나라 서해안이 융기할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 자전축이 태양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지구에는 계절이 사라지고, 북극, 남극 빙하들이 다 녹고, 지구 생물은 멸종하게 될 거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이런 이야기가 여름밤 납량 읽을거리로서는 딱일지 모르지만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면 기온은 극단적으로 변해 물을 증발시키고 빙하를 녹여 해수면이 수십 미터 상승하게 되고, 흙먼지 폭풍과 허리케인이 수 세대 동안 일어나 지구가 엉망이 되어버린다. 으스스하다. 달의 보호가 없다면 결국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니. 달이 없다면 오늘의 지구도 없다는 이야기다.대충 이런 지식을 갖고 달을 바라보니 달이 엄청 고마운 존재로 빛나 보인다. 달에게 여름 들판의 꽃다발이라도 하나 바치고 싶어진다. 달이 지구의 위성이라고 ‘을’로 취급해온 인식이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달은 지구의 동반자다. 아니, 달은 지구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달이 지구 생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달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지내왔지 싶다.이런 생각을 하노라니 여름밤이 갑자기 얼음에 덮인 듯한 느낌이다. 하긴 그때까지 인류라는 종이 살아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열대야에 시달려 잠이 오지 않는 밤, 하늘이라는 거대한 책을 펴놓고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태양과 달과 지구, 그리고 눈에 보이는 다른 별들도 한 가족처럼 느껴진다.인류는 계속 존속하게 될 것인가. 인류가 영원히 살아가려면 별들이 모두 제 자리에 있어 주어야 한다니. 이런 터무니없는 공상에 갑자기 지구가 귀하고 외롭게 느껴진다. 달도 사랑스럽게 보인다.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시 지구를 떠난 상상을 불러들인다. 자질구레한 일상의 일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고통, 괴로움 같은 것이 싹 씻겨나가는 것 같다. 하찮은 일에 얽매어 아등바등 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대체 얼마나 미욱한지 잠시나마 정신이 차려진다. 하늘이 저렇게도 무궁한 것이 우연의 산물이라면 우연이 바로 우주의 법칙이 아닐까.우리가 지구별에 태어난 것도 우연의 산물이다. 그러니 영원 속에 잠시 허여된 삶의 시간에 충실해야 할 것만 같다. 그것이 우주의 명령이다. 달이 멀어지면서 말한다. 내가 지켜줄 동안 열심히 살라고. 개미도 나비도 꽃도 나무도 우주의 섭리에 순종하며 산다. 인간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각기 서로를 지켜주는 별인 것이다.
    2018-08-01 | NO.17
  • 문틈, 마치맞은 시간
    날마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 같다. 너무 서두르며 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늦거나 빠르거나다. 정말 그럴까. 가난한 집에 태어난 사람은 부모를 원망하고 부유한 집 아이는 행복을 타고 난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전란 중에 태어난 사람은 운명을 한탄하고 병이 든 사람은 불운을 탄식한다. 그러나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이라고 하는 영원에서 본다면 세상 만물은 생겨날 때 생겨나고 사라질 때 사라진다. 심지어 일이 일어난 장소조차도 그러하다. 늦는 법도 없고 빠른 법도 없다. 모든 것은 마치맞은 시간에 마치맞은 곳에서 일어난다. 예정론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자연의 운행 법칙이 그렇다는 것이다.내가 그때 그 모임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 옆에 앉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의 인생행로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을. 그런 식으로 부모와 친구와 아내, 직장, 환경을 대비해서 오늘의 나를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나는 거기 있지 않고 여기 있는가. 그것은 우리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것이 시간 때문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왜 그때 안 태어나고 다른 때 태어났는가. 아니다. 그것은 잘못이다. 내게 찾아온 시간은 딱 마치맞게 온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것이 있다. 시간은 기회를 주는 매체다. 내가 시간을 어쩔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기회로 포착할 수는 있다. 그 기회가 빠른지 늦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시간을 탓할 것은 없는 것이다. 내가 최근 인터넷에서 읽어본 짧은 글이 있다. 가끔 꺼내 읽는다.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빠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뒤쳐진 것은 아니다.어떤 사람은 22세에 졸업을 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5년을 기다렸다.어떤 사람은 25세에 CEO가 됐다. 그리고 50세에 사망했다.반면 또 어떤 사람은 50세에 CEO가 됐다. 그리고 90세까지 살았다.어떤 사람은 아직도 미혼이다. 반면 다른 어떤 사람은 결혼을 했다.오바마는 55세에 은퇴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70세에 시작했다.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시간대에서 일한다. 당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앞서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보다 뒤쳐진 것 같기도 하다.하지만 모두 자기 자신의 경주를, 자기 자신의 시간에 맞춰서 하고 있는 것뿐이다.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도 말고, 비웃지도 말라.그들은 자신의 시간대에 있을 뿐이고, 당신도 당신의 시간대에 있는 것뿐이다.인생은 행동하기에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긴장을 풀라.당신은 뒤쳐지지 않았다. 당신은 이르지도 않다.당신은 당신의 시간에 마치맞게 잘 가고 있다.신문을 보면 가끔 30대에 거부가 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나온다. 무슨 기업을 창업해서 세계 시장으로 뻗어간다는 둥. 이런 이야기는 자칫 인생의 목적을 어떤 분야의 성공에 두고 경쟁과 갈등 구조로 인식하도록 세뇌시킨다. 거기에 휩쓸려 살면 아무리 건강하고 오래 산들 진정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각자 알맞은 시간대에 살고 있다. 그 이전의 과거에 태어나지 않고 그 후의 미래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하등 불평거리가 될 수 없다. 왜냐 하면 가장 알맞은 때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사람은 시인 윤동주가 노래한 대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싯구는 운명에 대해 순종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소멸하는 세상 이치를 받아들이되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이상(별)을 향해 삶이 고달플지라도 굽히지 않고 시도(試圖)를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내게 주어지는 시간을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보낸다면 그 삶은 실패한 삶이 되고 말 것이다. 삶의 목적은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도’에 있다. 시도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굴러 내려온 돌을 다시 산봉우리로 굴려 올려가는 것. 누구의 시간이나 지금 그 시간은 딱 마치맞은 시간이다.
    2018-07-11 | NO.16
  • 정인서 문화비평7. 518타워 필요할까?
    5.18타워 건립을 놓고 말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건립해도 좋을 듯싶다. 518타워를 괴물로 보거나 대형 공사로만 생각하지 말고 광주의 미래와 광주정신을 살릴 수 있는 광주의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518타워의 장소이고 무엇을 그 안에 담아내느냐는 운용적인 문제이다. 세계의 큰 도시에는 대부분 타워가 있다. 대체적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평지형의 도시에서 도시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 건립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타워는 오늘날 건물형 타워와 전파탑으로 나눌 수 있다. 전파탑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은 일본의 도쿄스카이트리로 634미터이다.518타워 이야기가 처음 거론된 것은 2005년 1월 12일 당시 손재홍 민주당 광주시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5.18은 광주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세계 초일류상품”이라며 ‘5.18민주인권타워’ 건립을 꺼냈다. 세계적인 민주인권도시의 위상으로서 도심내 상징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그는 현실적으로 지역경제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대한민국과 광주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하여 짓겠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았지만 몇 달간 수차례의 논란이 있은 뒤 잠잠해졌다.그러다가 다시 518타워에 불을 지핀 이는 올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광주광역시장 예비후보가 광주시의 그랜드비전으로 제시하면서이다. 양 예비후보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이전하고 그 부지에 광주 센트럴파크와 518미터 높이의 빛의 타워를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이를 바탕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해 온 광주혁신위 측은 5.18광주민중항쟁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지역의 대표적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518타워 건립 추진을 6월 26일 이용섭 당선인에 제안했다. 서울이나 부산의 예를 들면 518미터이면 110층 정도가 될 것이다. 장소는 더 검토해야겠지만 518타워의 맨 꼭대기에는 5.18 관련 공간을, 419미터에는 4.19혁명과 관련 공간을, 315미터에는 3.15 의거 관련 공간을 꾸미겠다는 구상도 바람직하다. 이용섭 시장도 518타워 공약을 내놓았고 이에 따른 공론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555미터로 알려진 서울의 롯데월드타워에 버금가는 타워를 세우겠다는 것에 지레 겁을 먹은 이들이 많다.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타워를 광주에 세울만한 공간이 어디에 있으며 막대한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 것인지 등 당장 따져볼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이 시장 임기 중에 착공하자는 것도 아닌데 얼마든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너무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당장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반대부터 하는 일이 빈번하다. 반대를 하려면 도시철도2호선에 대응하는 사람중심미래교통시민모임처럼 아예 논리적으로 구체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하는 게 바람직하다.다른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웃 일본 가나자와시의 21세기현대미술관 건립 이전 그 빈 터에 무엇을 지을 것인가를 놓고 30여년 동안 논의했다는 이야기처럼 우리도 마음을 열고 그 정도로 해볼 용의를 가져야 한다. 스페인에서는 가우디의 파밀리아성당은 1882년 착공, 136년이 지난 현재도 건축이 진행 중이다.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미완성 걸작이지만 이를 보러 줄지어 들어설 정도의 엄청난 관광객이 찾고 있지 않는가. 이 곳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디자인으로도 평가받고 있다.중요한 것은 도시인공적인 디자인보다는 가우디처럼 자연에서 지혜와 통찰을 얻으며 본질과 단순함으로 돌아가려는 진지한 노력들이 더해진다면, 518타워도 우리만의 랜드마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살리는 힘이 되며 나아가 역사적 가치로 남을 인류 문화유산이 될 정도로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합의를 이루어낸다면 될 일 아닌가.다만 염려되는 것은 광주가 흔히 말하는 ‘뷰(view)', 볼만한 조망이 현재는 없어 보인다. 이 문제도 518타워 장소가 선정된 이후에 광주의 도시디자인을 고려한 빛의 도시라는 도시비전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또한 가능할 것이다. 그것은 프랑스 리옹에서 사례를 인용할 수 있다.광주의 약점은 80퍼센트가 넘는 아파트 비율이다. 가까운 도시 조망권에는 아파트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아이디어를 찾아 동시에 진행한다면 좋을 것이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겐팅호텔 같은 컬러는 아니더라도 광주의 아파트 단지별로 지역성에 어울리는 컬러화를 시도하는 방안을 제안해본다.맑게 개인 날 낮이면 가까운 곳에는 무등산, 어등산, 복룡산, 봉황산이 있고 멀리로는 지리산과 월출산, 전북 정읍의 내장산도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산강과 극락강, 황룡강도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광주서구문화원장, 광주문화도시계획 상임대표/관련기사*정인서 문화비평6. 선거캠프의 논공행상과 제 옷 입기*정인서 문화비평5. 전통시장+문화예술 가능할까.*정인서 문화비평4. 광주생명문학관을 제안한다.*정인서 문화비평3, 문화도시 광주, 길을 묻고 답을 구했는가*정인서 문화비평2.광주시 문화정책 전면 재검토해야*정인서 문화비평1, 100년을 내다보는 지방정부는 없나!
    2018-07-03 | NO.15
  • 고정주, 영국 문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해서 제국시대의 오래된 호화 건축물과 레딩을 차창넘어로 보면서 그 명문 전통 옥스포드 대학가를 돌며 자유와 평화 창의적 사고를 갈고 닦는 젊은이들을 스치곤 한다.또 콜라이스처치  칼레지 타운에서 배출된 13명의 영국 총리와 문호들..... 역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대학으로 세계적 지도자를 배출할수 밖에 없다고 느껴진다. 스트릿피드업슨 에어번 쉑스피어 생가에서 세기의 문호(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를  본다. 역사상 전무 후무한 문학 작가. 온 지구촌 사람들이 흠모와  그 업적을 찬양하며 구름 처럼 몰려와 그 체온을 느껴보려 온다.튜더양식의 11세기 건축물. 찬란한 어마어한 문화유적들을 뒤로하고 더블린 선상의 낭만을 피부로 느껴본다. 멜라하이드 성과 자이언트  코즈웨이를 거쳐 벨피스트 성의 웅장하고 물한방울  샐틈없는  철옹성 요새를 입성한다.당시 통치자는 조국을 사수하려고 치열한 전쟁을 했을것이고. 그때마다 승리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문득 일제 약탈과 침략 야욕에 항거한 우리 선조들의 애환을 보는듯 마음이 편치를 않했다. 벨파스트 성을 뒤로하고 에딘버러에 도착. 로슬린채플과 스텔링 성의 또다른 요새지를 본다.오후 스코트렌드  경제 중심도시 글레스고우의 또다른 풍광. 예술과 문화로 장식한 빅토리아 양식의 찬란한 건축물들.  가히 도시 전체를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으로 보존  관리되고 있다니 참으로 감탄과 경이로움이 입을 벌리게 한다.이런 전통과 문화 예술품  뒤엔 지구촌 곳곳을 지배하며 부귀영화를 누리던. 그들의 내면엔 약탈과 전리품으로 그들만의 삶을 윤택하게 한것이 아닌가 씁씁한 감동을 받는다. 성당과 완벽한 석성이 함께하고 있음은 그들이 제국임을 증명하는것 같기도 하지만 왠지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기분 또한...글레스고우 대광장 죠지스퀘어를 거쳐 위스키공장에서 시음을 하고. 흥분된 기분으로 아이슬란드 항공에 몸을 실었다. 2시간30분정도를 비행 해 꿈에 그리던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 한다. 인구 33만에 세계에서 화산 활동과 지진이 제일 활발하고. 온 국민이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 나라 전체가 천연 내츄럴파크다.TV나 책에서 보던 북아메리카 대륙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부딪쳐 경이로운 장관을 만들어낸  '골든셔클'의 신비로움, 그곳을 흐르는 빙하수. 그 빙하수로 채워진 어마어마한 씽글리안 호수.그 주변의  황금폭포와 골포스의 2단 폭포는 잉글란드의 볼거리와는 완전 대조적 자연풍광이다. 웅장한 대자연의 위대함에 그저 숙연해질 뿐이다.화산폭발의  현장. 백두산 천지와도 같은 분화구에 고인 코발트색  물(호수). 분화구 둘레와 그 밑 수면 둘레를 돌아보며 인증 샷을 담았다.대자연의 신비를 뒤로하고 냉전시대의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 장소. 핵무기 감축과 군비축소를 협상코자 레이건과  고르바쵸프가 만났던 '평화의 집' 이라 불리는  레이캬비크의 한 가정집(지금은 역사 유적지로 지정)을  보며  와인 한잔으로. 피로를 녹인다. 블루라곤 온천의 신비함에 지친 몸을 싸~악  담그며  담소한다.  지구촌 첫 민주주의의와 신사의 나라를 상징하는  버킹엄 궁 광장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 혼을 느끼며 런던 타워와 템즈강. 런던의 렌드마크인 템즈브릿지에서 인증 샷.제국의 힘으로 긁어 모은 세계 각국의 유물전시를 해논 대영박물관을 그리 좋지않는 기분으로 둘러보다. 특히 한국관. 우리나라 문화유산들이 이곳에 전시된 것을 둘러볼 땐 약간의 분노도 생긴다. 여행중 보고 느낀 이 모든 상황은 내 소중한 자산으로  지혜로운 삶의 원동력이 되길 희망하며 아주 보람된 여행으로 가슴에 담으며. 우리가 말하는 영국이란 잉글란드(국화:장미), 스코틀랜드 (국화:엉겅퀴), 웨일즈(국화:수선화), 북아일랜드(국화:크로바) 이 4국을 합해  대영제국이라 말한다. 여왕은 하나요.정부와 국회는 각각 있고. 마치 주정부처럼 운영되고 있다고.아듀!, 잉글란드여.아이슬란드여! 함께 한 친구들께 감사드리며,역시 여행은 나를 바르게 설 수 있게 하고. 지식을 재생산하게 하며. 지혜로운 에너지를 재충전 해 주는 삶의 값진  양식인것 같다.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2018-07-02 | NO.14
  • 정인서 문화비평6. 선거캠프의 논공행상과 제 옷 입기
    오늘 취임하는 광주광역시장과 5개 구청장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정말 힘든 여정을 거쳐 오늘의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라 가문의 영광이 되고 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우리 지역의 앞날을 생각해야 하고 발전을 책임져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지금부터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미리 그 노고에 대해 위로의 박수도 보낸다.지방정부의 수장이 된 이들은 지금부터 마음가짐을 잘 다잡아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의 수장이라는 자리는 지역 주민에게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공복(公僕), 주민의 말을 듣고 심부름하는 자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역대 수장들을 보면 그렇게 일한 이들이 얼마나 되었던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수장들은 그렇지 않기를 기도한다. 또한 취임 이전부터 나름 앞으로 지방정부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상당한 구상을 했으리라 믿는다. 그런 구상들이 모두 실행된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4년의 임기 동안 제대로 이루어내기란 사실 불가능한 구석이 많다. 그래서 큰 돌탑을 쌓는 과정에 돌 하나 더 얹는다는 마음으로 욕심없이 일했으면 한다.역대 시장이나 구청장들 가운데 누가 존경 받고 누가 상당한 욕을 먹었는지는 충분히 보았을 것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을 한다면 좋겠다. 수장이라는 자리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는 욕을 먹기 쉬운 자리이다. 바깥 사람들은 의사결정의 과정이나 내부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아마 선거를 치르는 동안 캠프에서 보필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수장의 입장에서는 시장의 경우 ‘전리품’이 된 24개 공공기관장의 자리와 기타 시청 산하의 여러 자리에 주변 사람을 논공행상에 따라 자리 배치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논공행상이 분명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자리이든 그 자리에 알맞은 옷을 입은 사람을 선임하는 것이다. 자격도 되지 않고 걸맞지 않은 사람을 무리하게 선임하려다 욕 먹은 전임자들의 꼴을 보지 않았는가. 캠프 사람을 선임하더라도 제 옷을 입은 사람이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캠프 사람이 없는 경우는 정말 제격인 사람을 선임하면 좋겠다.다만 그 과정에 “내가 얼마나 도왔는데 이리 내팽개치다니”라며 서운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여기에 2700여년전 이야기를 잠깐 곁들인다. 중국 진나라의 문공(文公, BC 697~628)이 왕위에 오른 후 19년 동안 자신을 보필했던 이에 대한 포상은 논공행상의 모범적인 사례이다. 19년 동안 문공을 밤낮으로 보필한 호숙이 포상을 받지 못한 일화[壺叔愧服而退]가 있다.문공이 포상한 논공행상의 순위는 인덕을 베풀어 자신의 마음을 넓게 열어주고 편안히 해준 자, 지혜로운 행위로써 자신을 망신스럽지 않게 만들어준 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용감히 싸운 자를 보상의 1, 2, 3위에 올렸다. 그저 분주히 왔다갔다하며 발품만을 판 필부의 노고(若夫奔走之勞匹夫之力)에는 금, 은, 동 메달을 수여하지 않았다.신상필벌의 논공행상과 함께 사리가 분명하고 어떤 자리에 적합한 옷을 입은 사람을 선임하는 원칙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낙하산인사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수장이 자신의 여러 가지 인연과 친불친으로만 선임한다면 분명 전임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문공이 유랑 중 허기에 지치자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잘라 바치기도 했다는 개자추(介子推)가 논공행사에 빠졌지만 문공에 대한 실망감을 가진 채 소리 소문 없이 궁을 빠져 나와 자신의 홀어머니와 함께 면산(綿山)으로 숨어 평생을 살았다는 일화도 있다. 캠프의 사람들도 자신의 자리다툼에 급급하기보다 자신이 지지했던 수장이 욕 먹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관련기사/*정인서 문화비평5. 전통시장+문화예술 가능할까.*정인서 문화비평4. 광주생명문학관을 제안한다.*정인서 문화비평3, 문화도시 광주, 길을 묻고 답을 구했는가*정인서 문화비평2.광주시 문화정책 전면 재검토해야*정인서 문화비평1, 100년을 내다보는 지방정부는 없나!
    2018-07-02 | NO.13
  • 정인서 문화비평5. 전통시장+문화예술 가능할까
    전통시장에 예술을 접목해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선출직이건 아니건 간에 행정관료나 정치인들은 막연하게 일부 여론이나 민원성 압박 때문에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가시적 행동을 보인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분명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고 자임하고 있을 게다.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그들은 기왕 지원해오던 일이니 멈출 수도 없고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자포자기 정치나 행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 앞에서 의회 앞에서 날마다 시위를 할 상인들과 가족들이 눈앞에 아른 거릴 것이기 때문이다.전통시장이 위기라는 말을 자주 쓴다. 위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시설의 노후화를 지목했고 돈을 쏟아 부었다. 주차장도 만들어주고 카트도 비치했다. 가시적 성과가 드러난 보고전을 받으며 흐뭇해한다. 물리적 하드웨어를 개선했지만 내부 시스템은 그만큼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비유를 들자면 최신형 컴퓨터에 1988년형 윈도우 2.0을 설치한다면 오늘날의 윈도우10.0시대의 컴퓨터처럼 작동이 가능하지 않을게다. 작동이 될는지도 궁금하지만 그 최신형 컴퓨터는 윈도우2.0컴퓨터에 불과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운영프로그램을 구동시키지 못할 것이다. 전통시장에 예술을 접목하기 이전이나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돈을 들여 전통시장환경개선사업, 전통시장현대화사업, 전통시장상인아카데미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는 백화점들도 인근 전통시장과의 관계를 좋게 한다는 명목으로 마케팅노하우를 전수한다는 등의 시혜를 베풀고 있다.전통시장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인 것만은 사실이다. 양동시장은 100년이 넘었고 대부분의 다른 시장도 50년 이상을 훌쩍 넘긴 역사를 갖고 있다. 전통시장에 가면 에누리, 덤의 문화가 살아있고 훈훈함 또는 투박한 인정을 느낄 수 있다. 장보기를 잘만 하면 적은 돈으로도 장바구니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대형 상설시장이 없는 농어촌의 3일장, 5일장이 살아 있는 곳에서는 전통시장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시지역에 있는 소상인들의 연합체인 상설시장은 외형적으로는 전통시장의 모습이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일반 상가와 크게 다를 바 없다.그런 가운데 현실에서 전통시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광주에서도 지방정부에서 열심히 지원해준 시장들만 그런대로 버티고 있을 뿐 그동안 시장이라는 이름을 달았던 중소시장들은 여럿 문을 닫았다.이렇게 시장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시장을 멀리한 것도 있겠지만 여기저기 들어서는 중대형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들 때문이다. 전통시장은 전체적인 규모만 클 뿐 가격과 공급구조에서 체인망을 갖춘 이들에게 한참 밀리는 소상인들의 연합체인 전통시장은 손 쓸 도리 없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전통시장은 위기가 아니라 시장의 세대교체에 의한 자연적 쇠퇴 국면으로 가고 있다.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에 집착하기보다는 필요하다면 ‘전통’을 해체하고 재구성을 하는 게 좋다. 당장 100년 전의 시장의 영화에만 머물지 말고 현대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조직화만이 살아남을 것이다.선거기간 때나 명절 무렵 언론에 홍보 사진 한 장 내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가식적이다. 그들의 식탁이나 여러 살림들을 전통시장에서 사본 적이 일 년에 몇 번이나 있을까. 이 점에 있어서는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하다.이런 가운데 민선7기의 이용섭호는 ‘전통시장 내 문화․예술 창작 및 전시공간 확대’를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전통시장 내 또는 인근 부지를 확보하여 시민들을 위한 만남의 광장을 조성하고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장 상인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시장 내 문화 예술 창작 및 전시공간을 확대한다는 것이다.기존에 추진했던 일에서 크게 다르지 않고 더욱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전통시장에 문화예술의 접목을 통해 시장도 살리고 젊은 예술인들의 환경도 개선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도 예산이 끊기면 자생력이 생길 수 있을까. 한없이 예산을 퍼부어야 하는 것일까.그동안 인기를 누렸던 대인예술시장이 이제 한계에 왔다. 뒤늦게 출발한 남광주시장이나 양동시장도 같은 전철을 밟으리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복덕방 프로젝트’를 계기로 대인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그리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올해까지 국비와 시비 직접 지원금 90억여원과 간접적인 지원을 포함하면 그 금액만 100억원을 훌쩍 넘긴다. 올해까지 한시사업으로 시작한 만큼 내년부터는 홀로서기에 나서야할 것이다. 그런데 가능할까. 이미 시장 내부는 예술가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지난 10년 동안 시장 상인들은 준비하지 않았다.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만 받았을 뿐 자생력을 갖출 조직을 완비하지 못했다. 그러면 광주시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마냥 계속 지원만 할 것인가.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하면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누군가의 속닥속닥에 또다시 지원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주목된다. /관련기사*정인서 문화비평4. 광주생명문학관을 제안한다.*정인서 문화비평3, 문화도시 광주, 길을 묻고 답을 구했는가*정인서 문화비평2.광주시 문화정책 전면 재검토해야*정인서 문화비평1, 100년을 내다보는 지방정부는 없나!
    2018-06-29 | NO.12
  • 정인서 문화비평4. 광주생명문학관을 제안한다
    오랫동안 광주문학관 건립을 놓고 설왕설래만 하다 시간을 보냈다. 2010년 광주시가 용역 의뢰한 ‘용아.다형 문학관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이라는 보고서가 나온 뒤 강운태 시장, 윤장현 시장을 거치면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이번 민선7기 이용섭호의 문화공약 가운데 문학유산 계승 및 문학인들의 창작 지원을 위한 문학관 건립이 들어 있다. 이번만큼은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길 바란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문학관이 없는 곳이 우리 광주이다. 문화도시를 내세운 지 언제인데 아직까지 마무리를 못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만 더한다.듣자하니 광주시가 다시 문학관 건립 용역 발주를 해 6월 27일 광주문화재단에서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한다. 중간보고회를 했다는 것은 거의 마무리가 됐다는 뜻이다. 마지막 자문을 받아 소소한 것만 조정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학관 건립 논의는 너무도 오래되었다. 기록을 더듬어보니 2008년 타당성 조사용역 및 건립추진계획을 수립하는 등 건립 추진이 가시적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런 뒤 10년이 지났다. 좋은 유산은 산고의 고통이 커야 한다는 점에서 10년쯤이야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이웃 일본 가나자와시의 21세기 현대미술관 건립 과정에서 그 부지에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지역주민들이 논의하기 시작해 30년이 걸렸다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광주문학관도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사실을 살펴보니 지난 2013년 지역문학인들의 일부가 빛고을광주문학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하는 문학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는 강만 광주문인협회 회장이 신임회장으로 당선되면서 “광주에 번듯한 문학관 짓도록 광주시와 실마리를 풀어가겠다고”고 밝히기도 했다.지난해 7월에는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특별좌담회와 추진위원회 간담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다. 지난 4월에는 김용집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문학관 건립추진을 위해 발의한 ‘광주광역시 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탄력을 받았다.지난 5월 29일 광주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가 제4차 간담회가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박관서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5월 광주정신에 깃든 민중성과 아시아와 세계문학의 지향, 전원범 전 광주대 교수는 역사성과 지역성의 범주에서 향토문학의 맥락에서 출향문인까지 포함하는 풍부한 문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박상천 광주일보 문화부장은 광주문학관이 자칫 백화점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오월문학, 박용철, 김현승 시인 등 뚜렷한 컨셉의 문학관으로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광주시가 발주한 광주문학관 건립 용역 중간보고회의 내용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지역의 수많은 이해집단들로 인해 상당한 고충을 겪었으리라 여겨진다. 이름하여 순수문학과 진보문학 등 두 그룹의 진영논리와 아시아문화전당을 등대어 아시아문학이라는 범주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이를 모두 아우르는 광주만의 차별화된 문학관, 누구나 공감하고 뛰어난 작품성을 담보하는 문학, 지역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작가 등을 담을 수 있는 정체성을 가진 문학관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필자는 그 해답을 광주의 비전과 같은 광주의 상징에서 생각해본다. 광주의 상징은 빛과 생명이다. 빛의 도시이며 생명의 도시이다. 문학이라는 가치에서 바라본다면 ‘생명’은 출발이며 귀결점이라고 볼 수 있다.물론 생명의 의미 자체도 확실하게 정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적어도 문학인이라면 작품 속에서 생명의 상징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에는 평화가 있고 민주와 인권도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생명의 이미지를 해석하는 접근방식에 따라 5월의 생명을 이야기할 수 있고 자연의 생명, 삶과 기쁨, 그리고 아시아 지역의 생명에 관한 문학적 기록들을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이다.분명 문학관 명칭을 놓고도 논란이 극심할 것이다. 아니면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간결하게 ‘광주문학관’이라 해놓고 모든 것을 담자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광주라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담보하는 문학관이라 할 수 없다.광주에는 수많은 시인, 소설가, 극작가들이 있다. 이들 모두를 여기에 담을 수 없다. 작품성은 물론이고 작품과 작가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으로서 사람들이 몇 번이고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그것은 차별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내용이 필요하다. 문학관이 단순히 지역 문학인들의 놀이터이며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광주에 짓는 문학관은 광주만의 문학관이 아니라 ‘생명’을 노래한 작품이면 모두를 담아내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추가로 문학관을 찾은 시민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생명에 관한 글을 언제든지 기록하고 디지털화하여 보여줄 수 있는 운영시스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좋겠다. 보고만 가는 문학관이 아니라 참여하는 문학관으로서 다음에 찾아왔을 때 자신의 예전 글, 가족의 글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재미있는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문화도시 광주, 그리고 빛과 생명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담는 ‘광주생명문학관’을 제안한다. /관련기사*정인서 문화비평 3, 문화도시 광주, 길을 묻고 답을 구했는가*정인서 문화비평2.광주시 문화정책 전면 재검토해야*정인서 문화비평1, 100년을 내다보는 지방정부는 없나!
    2018-06-28 | NO.11
  • 문틈, 숲 속에 시계가 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가족이 함께 숲으로 나들이를 간 일이 있었다. 공터에 자리를 펴고 앉자 여섯 살 배기 큰 아이가 갑자기 “아빠, 숲 속에 시계가 있어요.” 하며 내 팔을 잡아당기며 숲 속으로 시계를 찾으러 가자고 했다. 영문을 몰라 하다가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 눈물 반 웃음 반 나는 묘한 심정이 되었다. 숲 속에서 뻐꾸기가 울고 있었는데 아이는 집에 있는 뻐꾸기시계를 연상하고 숲 속으로 그걸 찾으러 가자는 말이었다. 그럴 것이 아이는 난생 처음으로 진짜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고 그것이 뻐꾸기시계인 줄로 알았던 것이다. 우리 집에 있는 뻐꾸기시계는 시간마다 나무상자의 문짝이 열리며 뻐꾸기 인형이 밖으로 나와서 ‘뻐꾹, 뻐꾹’ 소리를 내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어릴 적 도시 아이들은 벼를 모르고 자란 탓에 벼는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안다고 했다. 그때 우리 아이들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후로 자주 야외로 데리고 다녔다. 처음에는 개미를 보고도 뒷걸음치던 아이들이 나비를 좇아 돌아다니게끔 되었다. 처음으로 자연과 친한 관계를 맺게 된 셈이다.지금 나는 어느새 잠 없는 어른이 되어 매일 새벽 건너 편 숲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뻐꾸기란 놈이 꼭 이른 아침 다섯 시 무렵이면 집 앞 숲에 날아와서는 울음소리를 낸다. 마치 날더러 아침이 되었으니 어서 일어나란 듯 울어댄다. 내게는 숲 속의 뻐꾸기 소리가 알람이 되어주고 있다. 아마 뻐꾸기 소리도 6월이 지나면 더는 듣기 어려울 것이다. 새끼들을 키우느라 울 일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도시에서 자라 흙을 밟아보지 못한 세대인 아스팔트 킨트(Asphalt Kint)들은 자연과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문명의 편리에 도취한 나머지 자연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자연과 친하게 지낼 궁리를 하는 대신 자연을 이용해먹을 궁리만 하다가 많은 귀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 우리 인간은 무엇인가 큰 착각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자연을 파괴하면서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내가 사는 고장에서는 여기저기서 숲이 우거진 구릉지를 깎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무슨 건물들을 지으려는 모양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울타리를 둘러치고 일을 벌이고 있어 사람들은 처음에는 산을 깎아내는지도 잘 모른다. 숲을 쳐내고 산을 깎아 벌건 흙이 큰 상처 모양으로 드러난 모습은 흉측하고 무섭기조차 하다. 그런 자리에 태양광을 설치한다는 말도 있다. 돈이 벌린다고 한다.아마도 나이가 들고 나서의 일 같은데 자연의 모든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귀한 것들이라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뭐 자연지상주의자가 된 것은 아니다. 인간 역시 자연의 산물이며 자연이 내놓은 다른 생명체보다 더 귀한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는 생각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무며, 새며, 풀이며, 나비며 모든 생물들이 단세포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여정의 중간중간에서 매개물이 된 ‘조상’들이라고 한다. 내가 지내온 인생 여정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듯이 인간의 진화에 징검다리였던 저것들 또한 귀한 것들이었던 것들이다.게다가 지금 저 생명체들은 자연을 구성하는 당당한 일원들이다. 만일 저것들이 없다면 인간 또한 자연에서 사라지고 말 터이다.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 나무 한 그루를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심지어 모기조차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린다면 자연의 먹이사슬이 깨진다는 말도 있다. 모기는 모기가 되기 전 웅덩이 속에서 애벌레로 있을 때 물고기들이 잡아먹고 사는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가 신비한 생명체라면 저것들 또한 그러하다. 이런 생각이 사무쳐서 나는 저 ‘하찮은’ 생명들이 인간의 친구요, 조상이요, 이웃이라고 감히 믿고 싶고 그렇게 생각한다. 내 생각이 잘못되지 않다면 함부로 나무를 벌채하고 산을 깎아내고 하는 일들은 심사숙고한 끝에 우리의 친구들을 마주해야 한다고 본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숲에 가서 나무를 벨 때 나무에게 절을 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여사여사해서 나무를 베려 하니 받아들여달라고 청했던 것이다. 그들은 마을에 떠도는 매에게도 사람과 똑같은 이름을 붙여주고 안개, 강에게도 사람들의 이름으로 불러주었다.영국 시인 존 던은 노래한다. ‘그 누구도 스스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모든 사람은 대륙의 일부분,/전체의 부분이다.’ 이 싯귀에서 ‘누구’를 모든 생명체로, ‘대륙’을 자연으로 바꾸어 읽어도 시의 뜻이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자연의 거대한 그물망의 그물코인 것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분별한 자연 파괴를 볼 때마다 나는 서글프다. 당국에 항의를 했더니 ‘법대로 하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법 위에 ‘자연법’이 있지 않을까. 자연을 굴리는 대 질서 말이다. 숲 속에 시계가 살도록 내버려 두라. 이제 그만 자연을 성가시게 하라. 나는 그렇게 외치고 싶다. 존 던의 시는 이렇게 맺는다. ‘그 누구의 죽음도 나를 줄어들게 한다,/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개입되어 있으니까./그러니 누군가를 보내 알려하지 마라,/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냐고./종은 당신을 위해 울린다.’
    2018-06-28 | NO.10
  • 정인서 문화비평 3, 문화도시 광주, 길을 묻고 답을 구했는가
    문화도시 광주, 길을 묻고 답을 구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번이 네 번째 행사다. 지난해 7월 두 차례 가진 이후 12월에 세 번째 행사를 치렀다. 그 내용에 기대가 컸다. 우선 광주지역 청년문화활동가인 정두용 대표와 광주시의 박향 문화관광체육실장이 발표하는 자리이니 요즘 트렌드인 청년예술인 문제와 민선7기의 광주시 문화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6월 26일 있었던 포럼의 주제발표 대강을 살폈다. 정두용 청년문화허브 대표는 민선6기의 문화정책은 방향과 큰 틀에서는 공감하고 개별 공약에서도 이행도가 높아 ‘꿈꾸는 문화도시’에 한걸음 다가선 것 같은데 민간의 목소리, 언론의 평가, 실태조사와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광주의 문화정책은 ‘미흡했다’는 지적이라고 했다.그리고 지역의 40여 문화단체가 11차례 모여 민선7기 문화정책 방향을 이야기했고 10대 핵심정책을 도출한 결과를 발표했다. 앞으로 사안별로 토론과 공청회를 통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정책방향으로 (1) 자율,다양성, 협치가 근간이 되는 광주시 문화행정의 전면적인 혁신 (2)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활동이 실현되는 도시 (3) 시민문화권 확대를 위한 인프라 조성으로 문화적 삶이 구현되는 도시가 제시됐다.이를 구현하기 위한 10대 핵심정책으로 (1) 문화부시장제 도입 (2) 문화 협치 조례 제정 (3) 문화개방형 공직자 확대 및 문화기관 이사회 구성 개선 (4) 문화예술인 사회혁신 일자리 창출 (5)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보장 조례 제정 (6) 문화예술지원 보조금 사업개선을 위한 민관협력위원회 구성 (7) 광주예술가의 집 건립 (8) 광주 문화행사 홍보 원-스톱 서비스 체계 구축 (9) 각 구별 청년문화의 집 건립 (10) 광주장애인문화예술지원센터 건립 등을 제안했다.여기에 제시된 3가지 방향과 10가지 정책에 대해서 우선 동의한다. 동의하는 이유는 방향이든 정책이든 하나하나 뜯어놓고 보면 다 좋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용섭 당선인측도 10개 정책에 대해 2개만 더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 유보했고 나머지 8개는 동의했다고 한다.박향 문화정책실장은 민선6기 문화정책의 주요 성과를 나열하고 민선7기 공약사항을 정리해 발표했다. 민선6기에서는 아시아문화전당 중심 문화도시 기반강화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 지원, 문화콘텐츠 밸리 조성 사업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 남도의 품격이 담긴 매력적인 관광도시 구현 등 성과 수치를 들어가며 굵직한 여러 사업들을 수행했다고 보고했다.민선7기의 문화정책 공약의 기본방향은 도시 전체가 문화적으로 재편하여 문화가 일상이 되는 ‘문화도시 광주 컬쳐 유토피아’ 선포를 통해 문화가 살아 숨쉬는 광주 만들기를 하겠다며 28개의 공약사업들을 설명했다.대체적으로 민선6기는 문화도시의 미래를 내다보고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이는 윤장현 시장 스스로도 “우선순위는 약자 챙기고 미래먹거리와 일자리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문화와 도시공간에 대한 나름의 담론이 있지만 전력투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민선7기 공약들을 살펴보면 역시 정두용 대표가 제안한 10대 정책을 포함해서 모두 필요하고 의미있는 사업들이다. 역시 예산이 허락되는 범위 내에서 임기 내에 모두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10대 정책제안이나 28개 공약사항들은 앞으로 논의하거나 아이디어를 보탤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모아 좋은 방향으로 실현되었으면 한다.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어 몇 자 적는다. 새로운 시장이 들어서면 나름의 ‘구호’를 내걸고 시정 운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모든 시장들이 그래왔으니 그저 그러려니 한다. 중요한 것은 시장 개인의 ‘시정비전’이 아니라 광주라는 도시의 비전이다. 일전에 쓴 글을 다시 인용한다.“시민을 향한 시장의 비전도 필요하지만 광주라는 도시의 비전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 아닌가. 시장이 바뀔 때마다 광주의 발전계획은 시장 개인의 생각에 따라 바뀌곤 한다. 그래서 사업의 연속성이 끊어진 경우가 허다했다. 광주의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광주의 빛의 도시라고 자랑한다. 광주시의 심벌마크는 ‘빛과 생명의 원천인 태양과 인간 형상을 기본으로 한다.’고 광주시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시장들은 광주시의 ‘빛과 생명’을 내팽개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지난 2000년 11월 ‘빛과 생명의 문화광주 2020 기본계획’이라는 보고서가 있었다. 이 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보니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고 민선7기의 공약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유는 20여년 전 제안한 정책과제들이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곽채기, 김광우, 김성재, 김애숙, 김정화, 김하림, 나경수, 남성숙, 문병호, 박혜자, 복환모, 송태갑, 신태양, 안종수, 양건열, 오승진, 이기혁, 이상준, 이용연, 이정룡, 이종범, 이태호, 이홍재, 이효원, 전용호, 정근식, 조용준, 천득염, 최동열, 한장희, 홍영준, 홍진태 등 당시 보고서의 주인공들이다. 이 사람들이 핫바지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이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문화를 통한 도시발전 전략을 이야기한다. 광주의 이념적 지향과 미래상을 ‘빛과 생명’으로 압축하고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즉 광주시의 종합발전계획에 있어 도시계획, 경관디자인, 산업단지, 교통계획, 환경, 복지, 체육, 여성과 어린이 문제 등에 있어 빛과 생명의 상징성을 연계하고 정책의 구체화로 나아가는 방향성이 일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지금까지 광주시의 모든 정책들이 전체적인 방향성이 부족한 채 각개전투를 하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민선7기 이용섭호는 임기 4년 동안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거나 치적을 남기려고 하기보다는 다시 광주발전의 초석을 쌓는다는 생각이었으면 좋겠다. 광주의 100년 도시비전부터 제대로 만들어보자.광주 서구문화원장/관련기사*정인서 문화비평2.광주시 문화정책 전면 재검토해야*정인서 문화비평1, 100년을 내다보는 지방정부는 없나!
    2018-06-27 | NO.9
  • 정인서 문화비평2.광주시 문화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문화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특히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정작 문화에 대한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거나 다른 도시에 비해 오히려 뒤처지는 등 그 생명력을 잃고 있어 '문화'를 광주의 브랜드로 내세울 것인지 아니면 자동차와 광산업을 광주의 브랜드로 내세울 것인지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도시의 발전은 도시이미지화 전략에 따라 성과면에서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도시의 비전을 정립하고 비전과 전략을 연계시키는 종합전략이 요구된다.그런데 문제는 광주가 기본적인 도시 비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거나 '빛의 도시'를 상징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전혀 '빛'에 관해서는 시 집행부나 의회 어디에서도 고민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단적인 예로 지난 20여년간 광주시가 발주한 도시계획, 문화예술진흥, 환경, 교통, 도시재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의 각종 용역이나 행정 장기계획에는 '빛'을 반영하는 내용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지난 2015년에 용역을 발주한 광주시문화예술중장기계획, 광주시문화산업중장기계획, 광주미디어아트창의도시마스터플랜에서도 내세운 문화도시의 비전으로 빛을 내세우지 않고 있었다.더욱이 광주시는 빛과 관련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된 이후로도 수 년째 방향성을 못잡고 있어 1년에 한 두번 정도 미디어아 전시를 하는 정도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양 착각하고 있을 정도이다.문제는 미디어아트창의도시 지정 5년째인 내년이면 유네스코 실사를 통한 취소나 연장이 결정되는 시기이므로 문화도시 또는 빛의 도시 경쟁력의 하나로 미디어아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면 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이 절실하다.   광주시는 '인권의 빛'과 '예술의 빛', '광산업'의 융합 기치를 내걸었으나 광산업과의 융합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정책 없이 전시예술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도 있다.무등일보는 "국제 경쟁력은 커녕 국내 도시경쟁력도 위험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예술+기술+산업 대한 방향설정이 시급하다는 것이 문화계의 지배적인 여론"라고 비판하고 있다.특히 유네스코 창의도시 사업이 '창의산업 육성을 통한 문화다양성 가치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있어 '창의산업'이 빠진 전시예술 중심의 광주시 창의도시가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는 또다시 지난 연말 '유네스코창의벨트 조성사업'에 관한 1억원 규모의 용역을 발주한데 이어 올초 290억원 규모의 미디어아트센터(Art and Media Technology) 설립을 발표하고 최근 설계당선작까지 선정하는 등 대안 마련도 없이 하드웨어 중심의 접근방식을 펼치고 있다.시의 이같은 행태는 세계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인 리옹(프랑스). 오스틴(미국) 등 14개 도시들이 펼치고 있는 창의산업이나 관광전략산업을 도시경쟁력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 파리 북부 휴양도시 엥겡레뱅은 예술을 접목한 도시의 품격향상과 관광객 유입 확산전략, 관광도시 리옹도 미디어아트 축제 관광 활성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고, 눈축제로 유명한 삿포르도 관광활성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라는 세계적 음악축제도시로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오스틴은미디어아트에 게임과 영상 등을 접목한 관련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작가지원과 관련기업 유치, 연결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이에 반해 광주시는 전시성 행사와 건축물 짓기 등 보여주기 사업에 치중하며 관련 미디어아트 예술 육성 정책도 내놓지 않고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아트센터(AMT) 활용방안에 대해 이무용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나 정헌기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대표 등은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면서 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원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광주시는 새로운 시장인 이용섭호의 출범에 따라 문화도시다운 비전을 확립하고 도시 전반에 걸쳐 우선 시각적으로 문화도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길 바란다.이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도움을 받아 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문화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도시의 변화라면 얼마든지 실험적 변화도 괜찮을 듯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외부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며 내부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기에 충분한 아이디어를 모으길 바란다. 자동차나 경제자유구역이 아니어도 그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가져올만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고 믿는다. *관련기사 : 정인서 문화비평1, 100년을 내다보는 지방정부는 없나!
    2018-06-24 | NO.8
  • 정인서 문화비평1, 100년을 내다보는 지방정부는 없나!
    100년을 내다볼 수 없을까. 매번 선거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새로운 시장이나 도지사 등 지방정부 대표들은 전임자의 정책을 흐트러버리거나 도시의 비전까지도 바꾸는 일들을 한다. 이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만다.가까운 이웃 일본 요코하마는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만든 도시정책이 수차례 시장과 의회가 바뀌었어도 50여년 동안 골격을 유지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광주는 문화도시를 부르짖으면서도 아시아문화전당 외에는 문화정책이 실종된 상태이고 100년을 내다보는 문화전략은 엄두도 내지 않고 있다.그래서 이 자리에서 한 마디 말하고자 한다. 6.13지방선거는 끝났다. 새로 당선된 이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 지방정부의 대표를 맡은 이나 지방의회의 의원으로 일을 하게 되는 이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진정한 공복(公僕)이 되어야 한다. 공복이라 함은 우리 사회의 심부름꾼이다.시장이나 도지사는 물론 의원들까지 모두 공복의 위치에 있다.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선거 전에 표를 얻기 위해 머리를 조아렸던 것처럼 당선 이후에도 계속 머리를 조아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들에게 군림하지 말라는 뜻이다.지난 선거 때는 인물을 보고 투표하자던 언론의 부추김도 있었으나 이번 선거에는 그 말마저 쑥 들어갔다. 이유가 무엇일까.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등 정치적 분위기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말았다. 결국 인물론을 사라지도록 만든 지방선거가 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다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은 본인의 역량으로 당선되지 않았다. 물론 열심히 거리에 서서 머리를 조아렸고 밤낮으로 사람들을 만나 선거명함을 뿌리고 악수를 한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다.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후보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두들 ‘문재인팔이’에 성공한 시장이나 군수, 의원들이 있었을 뿐이다. 광주는 이상하리만치 투표할 때마다 유난히 ‘스윙보터’의 역할을 했다.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다시 민주당을 지지하더니 국민의 당을 지지하고 이번에는 다시 민주당을 선택했다. 이런 논리로 본다면 이번 지방선거에 압승한 민주당이 다음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때 다시 압승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공복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가차없이 ‘심판의 칼날’을 휘두르는 스윙보터 지역인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스윙보터가 지나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몰표를 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인물보다는 ‘냄비’라는 지적도 많다. 이런 정치적 구조 때문에 지역의 100년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개발이나 정치적 결단이 없다. 돌이켜보라. 광주든 전남이든 대한민국이든 100년을 내다보는 진정한 정책이 하나라도 있는가. 말로는 5천년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100년 역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 단 하나도 없는 이유가 이합집산의 정당구조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이용섭 당선인은 12조원 들어가는 경제자유구역 공약으로 일자리 창출을 말하고 있다. 찬반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만큼 일자리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차라리 그 예산의 10분의 1만 광주의 100년 대역사를 내다보는 전략을 만들고 투입하기 시작한다면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문화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면 문화도시를 말로만 부르짖지 말고 과감한 예산투입과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하나 예를 들면 지역의 옛 문헌, 인물에 대한 집중 연구를 통해 선조의 지혜를 오늘에 살려내는 것이다.그것이 지역의 원천콘텐츠이고 문화자원이며 관광요소로서 관람객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광주만의 차별화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중요한 것은 광주라는 도시의 100년을 내다보는 비전을 확고하게 정립하고 여기에 맞춰 모든 용역이 이루어지며 정책이 입안되는 풍토가 행정 내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4년마다 치르는 선거 구조 때문에 후임 당선자가 전임의 정책을 깡그리 ‘짓밟는’ 풍토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새 시장에게 기대를 해본다. 양식 있는 시장이길 기대하는 것이다./정인서 서구문화원장
    2018-06-21 | NO.7
  • 정인서, 도서·공연 지출비 소득공제, 문화단체 정기후원금도 포함하길
    문화도시 광주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혜택도 받는 길이 열려 반갑다.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제도 때문이다. 필자는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지금 자신이 벌고 있는 소득은 자신만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가 그동안 지원해준 공동의 결과이다”라면서 자기 소득의 10%는 사회를 위해 쓰되 그 중 절반은 문화도시답게 문화에 썼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지역문화를 살찌우는 길은 지역문화를 시민이 관람하는 데서 출발한다. 크고 작은 전시와 공연,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므로 이를 관람하거나 사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바쁜 직장생활 속의 스트레스를 푸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문화관람은 정신적인 힐링을 가져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이번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제도는 10년이 넘은 문화예술계 숙원이 이뤄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 구입비와 공연 관람비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제도를 오는 7월 1일 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서·공연비 소득공제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 문화 향유 확대를 위해 공약한 대표 문화정책 중 하나다. 이 제도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26조의2 일부개정을 통해 마련됐다. 카드사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2018년 7월1일 지출분부터 추가로 최대 100만원의 소득공제 한도를 인정받고 소득공제율은 최대 30%로 적용될 예정이다. 도서구입비는 종이책만이 아니라 전자책까지, 온오프라인 서점 구분 없이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연은 무용·연극·국악 등 순수공연예술뿐만 아니라 뮤지컬·콘서트·오페라 등도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 다만 출연자가 무대 등에서 실제로 연기를 하는 공연만 해당된다. 영화나 방송 같은 녹화 영상 시청료는 소득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이번 조치는 생활 속에서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고 문화예술산업 활성화에도 당연히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대상은 연간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며 신용카드, 직불카드, 현금 등의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혜택을 볼 수 있다.현재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의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이고 사용액 공제율이 15%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도서·공연비 명목의 공제한도가 100만원 추가되고 공제율은 15%포인트 더 높아지는 셈이다.신용카드 등의 사용액이 많아 관련 공제금액이 300만원을 초과하거나, 연간 소득이 4,600만원을 웃돌아 24% 소득세율을 적용받는 경우는 세금환급액이 더 커진다. 신용카드, 직불카드, 현금은 물론 상품권으로 구입하는 경우에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카드 마일리지(포인트)나 휴대전화 소액결제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문체부는 “이번 도서구입비·공연관람비 소득공제는 국민이 ‘문화기본법’에 명시돼 있는 ‘기본권으로서의 문화적 권리’를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첫 걸음”이며 “앞으로 문화의 사각지대 없이 모든 국민이 문화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그래서 문체부가 이번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제도에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소액 정기후원금도 소득공제를 포함하는 내용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월 5만원 범위 내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CMS나 계좌이체 방식으로 정기후원을 한다면 시민 1인당 연간 최대 60만원 범위내에서 문화예술단체를 직접 후원해줄 수 있다. 정부가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받는 문화예술단체는 많지 않다. 비록 역량이 부족한 문화예술단체일지라도 성장 육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시민참여형의 후원을 통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다고 믿는다.또한 시민은 자신이 원하는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애정을 더 가질 수 있고 문화예술단체는 공연과 전시 둥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문화향유의 프로그램을 더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인서 광주서구문화원장
    2018-06-19 | NO.6
  • 문틈, 산세비에리아 살리기
    작년에 하도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기에 화분 몇 그루를 구해 집안에 들여 놓았다. 벵골 고무나무, 산세비에리아, 등등. 이것들이 미세먼지를 정화시켜 준다는 신문기사들을 보고서다. 그런데 식물마다 다 식생이 다르다. 산세비에리아 같은 경우는 한 달에 한 번 물을 조금 주어야 한다고 화원 주인이 말했다. 내 생각에 작은 화분에 심겨 있는 제법 키 큰 잎새들이 어떻게 물을 거의 먹지 않고 지낸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 되었다. 노지라면 몰라도 이슬도 먹을 수 없는 집안에 있는 화분에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라고? 그것도 아주 조금만?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다른 나무들처럼 화분의 흙이 말라 있다 싶으면 물을 주었다. 화분을 들여온 지 서너 달이 되었을까. 화분에 가득 나 있던 산세비에리아 잎새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왜 죽어가는지를 도통 몰랐다. 마트에 가서 거름을 사다 뿌려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산세비에리아 잎새들은 잎새 끄트머리에서부터 죽기 시작해 아래로 죽음의 그림자가 뻗쳐 내려왔다. 속수무책이었다. 종당에는 잎새들이 다 죽어버리고 마지막 한 잎만 남았다. 이것마저도 위에서부터 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뭐랄까, 마치 무슨 불운한 징조를 보는 듯한 느낌. 그래서 마지막 잎에서 죽어간 부분을 도려내고 뒤늦게 산세비에리아 살리기 전투로 들어갔다. 물론 물도 안 주고 화분의 굳은 흙을 쿡 쿡 쑤셔서 공기도 좀 들어가게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수를 다 기울였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산세비에리아 잎은 마지막 엄지손가락 크기의 잎새만이 푸른 기운을 쬐금 간직한 채 다 죽은 모습으로 있었다. 저 푸른 부분마저 죽어버리면 다 끝나는구나.아내는 산세비에리아 전체 포기가 다 죽어버렸는데 그깐 쬐끔 남은 잎새로 어떻게 되살아나겠느냐며 새로 산세비에리아 화분을 사라고 종용했다. 안될 말이다. 나는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산세비에리아 살리기가 내게 주어진 일상의 임무인 것처럼 총력을 기울였다. 되살리기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도 산세비에리아 잎새는 조금씩 죽어 내려갔다. 나는 또 죽은 부분을 잘라내고 희미하게 남아 있는 푸른 기운에 기대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화분의 흙을 조금씩 뒤집어주는 것뿐이었다.이건 순전히 내 억지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화분 하나가 죽는다고 해서 무슨 불운을 불러오겠는가. 나는 용단을 내려서 손가락 한 마디만큼 남아 있는 산세비에리아 잎을 살짝 들어내서 뿌리를 보고 싶었다. 뿌리가 죽었다면 그냥 버릴 생각으로. 그랬더니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는 잘 따라 나오지 않았다. 나는 얼른 도로 풀뿌리를 눌러 흙을 다독이고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뿌리가 완강히 버티고 있지 않은가. 죽었다면 뿌리가 쉽게 공중으로 딸려 나왔을 것이다. 물을 뱁새 눈물만큼 뿌려주고 계속 화분을 지켜보았다. 그러고 6월 어느 날 죽음의 그림자가 내려가기를 멈춘 산세비에리아 마지막 잎새 바로 옆에서 아주 희미한 바늘 촉 같은 점이 새로 보였다. 대체 저것이 무엇일까. 흙이 솟아난 것은 아니다. 돋보기를 비추고 보니 그것은 실낱 같은 산세비에리아 잎의 새 움이었다. 처음으로 가느다란 희망의 촉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나는 ‘지성이면 감천이다’ 하는 기분으로 생명의 신비를 새삼 느꼈다. 그 이튿날 외국에 사는 아들이 몇 년만에 귀국했다. 산세비에리아 잎의 새끼 친 촉의 나타남과 아들의 귀국을 이어놓고 보니 좋은 징조로 느껴졌다. 아들 내외가 내 집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산세비에리아 새끼촉은 조금씩 잎새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눈에 띄게 커가고 있었다. 잎새 가장자리로는 노란색의 테를 두르고 안으로는 짙은 녹색 바탕을 한 새끼 잎새가 마치 깔때기 모양으로 자라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새로 자라나기 시작한 새끼 잎 옆에 또 하나의 촉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아들에게 “너희가 와서 죽어가던 화초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말해놓고 보니 정말 그랬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람 이병기 시인은 난초를 기르면서 ‘환희의 별유세계(別有世界)에 들어 무아무상(無我無想)의 경지’를 보았다고 했다. 난초는 나 같은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기르기 어렵다. 가람 시인의 말대로 ‘화초 가운데 난이 가장 기르기 어렵다.’고 한다. 나는 그런 정신의 교감을 하는 식물이 아니라 미세먼지를 정화하기 위한 기능성 식물을 기르는데도 끙끙거린다. 어쨌거나 산세비에리아가 화분을 가득 채우고 마침내 꽃을 피워 향을 퍼뜨리는 꿈을 나는 계속 밀고 가련다.
    2018-06-06 | NO.5
  • 문틈, 숲에 이는 바람
    표현을 해보려도 도저히 하지 못할 풍경이다. 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아무리 적절한 문장을 써보려 애쓰지만 냉큼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바람에 나무숲이 흔들리는 풍경을 바라볼 뿐이다. 대체 저 숲의 나무 우듬지들, 가지들, 잎들이 바람에 일제히 이리저리 흔들리는 장면을 혀 짧은 언어로 어찌 오롯이 새겨낼 수 있으랴. 숲이 바람에 흔들린다, 이런 문장으로는 도저히 그 풍경에 가 닿지 못한다. 무슨 안 보이는 거대한 손이 있어 숲을 흔드는 것 같은 느낌. 숲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바람이 흔드는 대로 움직인다. 마치 청보리밭이 바람에 일제히 흔들리는 것 같은, 아니 그보다 더 압도적인 흔들림, 흔들림. 그것은 살아 있다는 것. 더불어 숲 전체가 한 몸으로 연대하고 있다는 것. 바람의 뜻에 순종한다는 것. 그런 느낌들이 휘몰아와 내 감정에 소용돌이친다. 내가 저 숲의 한 나무 같다는 감정이입 상태로 된다.그 많던 숲의 새들은 숲이 바람에 마구 흔들리자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들 어디로 피해간 모양이다. 나무가 없으면 못살 것처럼 나무와 친하게 지내던 새들이 뱌람이 불면 죄다 떠난다. 숲을 거처 삼아 지내던 온갖 새들이 거센 바람이 불자 종적을 감추어버린 것이다. 참 무정한지고! 새를 잃은 나무숲이 바람이 몰아치는 대로 마구 흔들린다. 어찌 보면 숲에 바람이 이는 순간 숲은 거대한 외로움 속에서 자맥질하는 듯한 모습이다.바라보고 있자니 우듬지 쪽은 큰 파도처럼 더 크게 요동을 친다. 우듬지 아래 나뭇가지들은 작게 흔들리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흔들림이 더 작아진다. 더 아래 기둥 부분은 거의 흔들림이 없다. 이제야 무엇이 보인다. 나무숲의 흔들림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무들은 위로 뻗어 나간 나뭇가지들이 바람이 불 적에 이리저리 흔들리도록 가늘고 유연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늘과 땅이 벌여놓은 사업이란 것이 이렇다. 숲에 이는 바람을 통해서 대자연의 본질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과 저것, 모든 것에 대한 적응, 조화, 협력, 방어, 유익을 향하여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새들이 나무숲을 도망간 것은 아닐 것이다. 바람 속에 나무를 두고 새가 떠난 것은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려고 해서일 것이다. 우리는 모르지만 바람과 나무와 새는 그것들이 서로 어떤 알음알이로 되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가령 바람도 사방팔방에서 불고 계절 따라 달리 불어 그 오는 곳과 가는 곳을 가늠할 수가 없지만 나무나 새들은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거다. 예를 들면 북풍은 찬 기운을 몰아오고. 남풍은 잔잔하고 부드럽고. 동풍은 건조하고. 서풍은 대개 비를 몰아온다. 이 정도를 사람이 알진대 나무들, 새들이야 서로 한통속인데 모르겠는가싶다. 새들은 다가오는 여름에 바람이 얼마나 거셀지 미리 알아 둥지를 맞춤형으로 짓는다고 하니 그런 것쯤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성서에는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라고 바람의 행로를 지적한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바람은 인간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비유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흡사 바람의 행로 같다. 바람의 움직임은 보이는데 정작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숲이 흔들려서 바람을 보여준다. 바람은 부는 것 같았는데 사라지고 보이지도 않고 언제 바람이 불었느냐는 식이다. 바람에 생을 견주어 보면 들어맞는 일이 많다. 정처 없이 건듯 부는 것이 바람이니 누군들 바람의 진로를 알겠는가. 숲은 다만 바람이 불면 그만큼 흔들릴 따름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풍경을 보면서 나는 신발 끈을 다시 맨다. 폴 발레리가 노래한 대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다. 바람에 숲이 흔들리는 모습만큼 생의 충동을 격하게 느끼게 하는 것도 드물지 싶다. 뭐랄까, 삶에 대한 비관과 무기력함에 시달리는 일상에서 숲 전체가 바람에 흔들리는 광경은 존재감을 극대화시킨다. 살아 있다는 것, 살아야 한다는 것을 웅장하게 보여준다. 비단 숲에 이는 바람뿐이 아닐 것이다. 자연에서 나는 수많은 격한 장면들을 목도한다. 가없는 바다에서 물결쳐오는 수수만만의 파도를 볼 때 그렇듯이 숲이 흔들리는 모습은 내게 살아야 한다고, 살아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이제 계절은 꽃철이 다하고 잎철로 가는 중이다. 여름에는 더 자주 숲이 흔들리는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흔들리는 숲이 결국 제 모습으로 돌아오듯이 그때마다 나도 또한 본 모습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바람 부는 숲에서 새들이 잠시 떠났다고 해서 탓할 까닭이 없다.
    2018-05-31 | NO.4
  • 전홍준, 병을 고칠까? 삶을 고칠까?
    오늘 이야기는 보통 의사들의 상식적인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다. 동료 의사들이 저를 이상한 의사라고 말한다. 저는 외과의사인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약이나 수술보다는 생채식이나 절식을 이야기한다. 병이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담대하게 나아가라고 말을 한다. 그것은 수많은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다.저는 의학사와 의학의 철학을 관심있게 공부했고 대학에서도 그것을 주로 가르쳤다. 병을 치료하는 데는 단일이론이 없다. 즉 산을 오르는 데 하나의 길이 아니라 여러 개의 길이 있는 것처럼 마찬가지이다. 같은 질병도 다양한 관점으로 병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옛 선인들, 히포크라테스는 삶의 방식을 자연의 질서에 맞추면 모든 병이 쉽게 낫는다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의사인 파라켈수스는 “의술은 자연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의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열린 마음으로 자연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오늘날에도 의사나 환자들이 깊게 생각해야 할 명제이다. 21세기의 오늘에 16세기의 파라켈수스를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피를 깨끗하게 하라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가? 무엇을 못하면 죽게 되는가? 숨쉬기, 곧 호흡이다. 숨을 못 쉬면 죽는다. 숨쉬기가 생명 유지의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필요한 일은 음식물의 섭취이다. 그리고 운동과 일, 마음, 관계 등 다섯가지이다.의학은 이러한 다섯가지 요소를 잘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잘못되면 아프고 잘하면 건강해진다. 오늘은 먹는 음식과 마음 문제를 이야기하겠다. 오늘날 모든 병의 최초가 장에서 생긴다고 동서의학에서 말한다.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인들 사이에 각기병, 비타민C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이 많았다. 육군에는 이 환자가 많은 데 해군에는 거의 없었다. 육군은 흰쌀밥과 반찬을 먹지만 해군은 현미밥과 채소를 위주로 했다. 왜 그럴까?건강한 창자는 융모라고 해서 인터페론 등 우리 몸의 방어체제를 구축해놓았다. 이곳을 지나가는 나쁜 독소들을 차단한다. 나쁜 식사와 나쁜 생활습관, 즉 밀가루, 흰설탕, 정제염, 저온살균 유제품 등은 음식으로 볼 수 없다. 동물성 음식, 화학류 음식, 중금속 오염 등이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불러와 장누수증후군을 일으킨다.건강한 장의 융모는 유익균으로 뒤덮여 있어서 잘 분해된 영양소만을 흡수하여 각종 면역물질과 3천여 종의 효소를 만들어낸다. 피가 맑으면 절대로 병이 생기지 않는다. 피가 오염되면 고혈압, 당뇨 등 수많은 병이 생긴다. 약을 먹으면 일시적인 치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고혈압, 당뇨가 병이 아니라 피가 오염되어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피를 깨끗하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지금 한국에는 고혈압 환자가 약 1천만 명, 고지혈증 환자가 700만 명, 당뇨 500만 명, 수백만 명의 비만환자가 있고 지난 4년 사이에 암환자가 60%나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이 높은 것만이 병이 아니라 선행원인이 있다. 삶의 방식, 스트레스와 삶의 방식에서 문제가 존재한다. 비우고 낮추라문명이 병을 만드는 데 병을 나으려면 가능한 탈문명적으로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음식을 먹는 방식과 잠을 자고 휴식하는 방식, 마음을 쓰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이야기이다.우리 한국인 성인은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고 4명 중 한 명이 사망한다. 암은 우리 시대의 역병이다. 병은 그 시대 문명의 반영이다. 19세기에는 결핵 때문에 죽었는데 지금은 암 때문에 죽는다. 그래서 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한다.그런데 암이 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암의 선행원인 때문이다. 무리하게 살지 않고 산소가 잘 흐르는 정상세포가 있다면 암이 걸리지 않는다. 세포는 새롭게 태어나고 성장하다가 죽어서 떨어져 나간다. 위나 창자의 점막 세포는 일주일마다 교체되고 간이나 폐는 3개월마다 교체되며 뇌세포는 10개월 정도 산다. 암의 스위치를 끄기 위해서는 암이 살 수 없는 체내환경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무심코 먹는 음식이 큰 문제가 많다. 동물성 고기는 가능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다만 음식은 사골국이나 도가니탕의 젤라틴 같은 게 장누수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값싼 오일을 사용하지 말고 코코넛오일이나 기버터를 이용하기 바란다. 한 달 정도 생야채즙이나 과일로 하루 세 번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웬만한 병은 기본 치료가 된다. 흰쌀밥은 설탕을 먹는 것과 같다. 현미 등 생곡식가루를 식사 전에 두 숟갈씩 들거나 야채를 많이 먹는 게 좋다.대표적인 음식치료는 장을 비우고 음식의 양을 낮추도록 한다. 맛있는 음식을 과식하여 창자를 가득 채우는 것이 피를 오염시키는 원인이다. 창자를 비우고 음식의 양을 낮추는 것이 피를 맑게 하는 비결이다. 피를 맑게 하려면 소식을 하면 된다. 생채식이나 곡채식 위주의 소식을 하게 되면 창자 내의 미생물이 우리 몸에 엄청난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생각이 몸을 지배한다다음으로 마음치료가 필요하다. 욕망을 비우고 노력의 강도를 낮추는 것이다. 마음이 유쾌하지 못한 생각들로 꽉 차 있는 상태를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런 스트레스가 피의 오염과 건강이 나빠지는 주요 원인이다. 피와 마음도 한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잘 흐르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 마음의 세계를 영화관의 활동사진과 비교해서 설명할 수 있다. ‘나’에게서 일어나는 생각들의 집합인 마음(mind)이 필름이고, 내 몸(body)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스크린에 나타난 활동사진이다. 필름 뒤에서 비추고 있는 조명등 불빛은 어떠한 생각도, ‘나’라는 생각까지도 없는 순수한 의식인데 이것이 영(spirit)이고 신성(divine)이며 생명의 근원이다내 마음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가가 내 몸이 경험하는 현실을 결정한다. 불쾌한 생각을 품고 있으면 불쾌한 현실을 경험할 것이고, 유쾌한 생각을 품고 있으면 유쾌한 현실을 경험할 것이다. 자기 마음이 믿는 대로 자기의 현실에 나타난다. 내가 무엇을 구하고 원한다면 내가 그것을 이미 받았다고 믿으면 된다. 세계적인 수영선수 펠프스가 왕따에서 벗어나고 신기록을 기록하는 선수가 되었던 것도 이런 마음의 치료를 스스로 한 결과이다.만일 어떤 환자가 낫기를 원한다면 ‘아프지만 나는 이미 다 나았다“고 믿고 다 나은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면 될 것이다. 무엇이든지 자기가 원하는 바가 이미 다 이루어 졌다고 확실히 믿기만 하면 된다.
    2018-05-29 | NO.3
  • 문틈, 공으로 듣는 새소리
    홀로 숲길을 걷는다. 녹음이 우거진 푸른 숲길은 마치 나무그늘로 된 터널 같다. 멀리서 가까이서 온갖 새소리들이 들린다. 산꿩의 울음소리, 나무등걸을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 그리고 가슴 아련한 뻐꾹새 울음소리. 이 산 저 산에서 뽐내듯 새소리들이 다투어 소리한다. 이 화창한 봄날에 새들이 제가끔 독특한 소리로 울어대는 것은 딱 한 가지 목적이 있다. 구애(求愛), 애타게 짝을 찾는 소리다. 알을 낳아 어서 자손을 낳자는 것이다. 숲의 새들만 구애로 바쁜 것이 아니다. 자세히 바라보면 피어난 모든 꽃들도 또한 마찬가지다. 꽃들은 저마다 꿀과 향기를 마련하고 벌과 나비들을 부르거나 솔처럼 송화가루를 날려 역시 자손 번식 길에 나선다. 화려한 색깔, 아리따운 차림, 달콤한 향기. 이것들은 오직 그 목적을 향한 차림새들이다. 새들이 노래하는 것은 인간의 귀 즐거우라고 한 가락 뽑는 것이 아니라 짝을 유혹하는 소리다. 봄은 자손 번식의 질서를 위해 새들과 꽃들, 짐승들이 신방을 마련하는 계절이다. 모든 동식물들이 그러하다. 자연은 들여다볼수록 후대의 번성에 존재의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 그것 말고도 새들과 나무들, 풀들이 따로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의 삶의 목적은 확실하며 흔들림이 없다.사람은 봄이 벌이고 있는 이런 신방 꾸미기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엄연한 사실을 놓고 볼 때 전혀 무관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들, 동물들, 나무들, 풀들이 봄 잔치를 한 결과로 나온 부산물을 인간이 취하기 때문이다. 자칫 이 대목에서 자연의 이런 자손 번식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으로 오해할까 싶다. 아니다. 왜냐하면 이 자연은 인간이라는 종이 없다고 해도 자연은 잘 굴러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인간은 어떤 점에서 이 자연에 초대받은 손님 같다.자연의 질서랄까 이치랄까, 이것은 한 마디로 자손을 번식하는 것이다. 성서에서 말한 ‘생육하고 번성하라’가 자연이 요구하는 명령이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 성장하고 자손을 남기고 죽는다. 이 대목에서 잠시, 생각해본다. 인간이란 종이 우리가 미물이라고 부르는 새들과 짐승들과 나무들과 꽃들과 그것들보다 특별히 존엄한가.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이 모든 생명이 함께 자연에서 살 권리가 있으며,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이 들어선다. 자연이 어떤 생명을 열등한 존재, 업신여김 받는 존재로 세상에 내어 놓았다고 믿기 어렵다. 인간이라고 해서 그것들보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저 낭랑한 소리를 짖어대는 새들과 화려한 꽃들과 다른 유일한 차이는 지능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분명히 저것들도 나름대로 의식하고 생각하고 말을 한다고 본다. 여기서 그 까닭을 논할 겨를은 없지만 그들 나름대로 생명체로서 완벽한 존재다. 게다가 그들은 대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을 굴리는 네트워크에 기여하고 있다. 어느 것 한 가지도 없어져서 좋은 것은 없다. 한 포기 풀이 필요 없다면 만상이 다 필요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따라가노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상계의 모든 생명들이 존귀한 것들이다. 놀랍고 신비로운 존재들이다. 봄은 자비심을 가지고 겨우내 새날을 기다려온 싹들을 밀어 올린다. 따스한 햇볕이 그 잎들을 어루만진다. 하늘은 비를 뿌려 목이 마른 뿌리들을 적셔준다. 잎들이 초록으로 세상을 덮으면 동물들은 잎들을 뜯어먹는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초록 세상은 일파만파로 짐승과 새와 인간으로까지 이어지는 그물 같은 먹이사슬을 구성한다. 천지가 협력하여 진행하는 이 대공사에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아니, 인간은 자주 대공사에 훼방을 놓거나 해를 끼친다. 만일,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서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철학자들은 그렇다면 우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건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 놓고 보았을 때 그런 사고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우주적인 관점에서 지구를 본다면 오히려 지구의 본 모습을 회복할 것이다. 인간 없는 자연 천국이 될 것이다.초록이 무성한 봄날 숲길을 걸으면서 나는 내가 자연의 한 구성원임을 깨닫는다. 눈에 보이는 만상의 위에서가 아니라 동등한 지위를 가진 존재로서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자연에서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김상영의 시 중에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라는 싯귀는 하늘과 땅이 내는 모든 생명과 인간이 하나라는 것을 노래한다. 새들아, 나무들아, 풀들아!
    2018-05-27 | 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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