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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에서 알려드리는 다양한 전시 입니다.

광주광역시서구문화원에서는 광주, 전남의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소식과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필립 파레노, 30여년 작품세계 한국 첫 전시
리움미술관, ‘보이스(VOICE)’에서 소리를 보다

광주비엔날레 2024 ‘판소리프리뷰 기대할 수도

 

소리가 미술이 되었다. 캔버스 화면에 물감을 칠하던 미술의 영역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공장이나 들판에서 보는 설치미술로, 더 큰 화면의 영상으로, 미디어아트로, 디지털 캔버스로 미술의 영역이 한없이 넓혀지는가 싶더니 소리도 미술의 영역으로 흡수되었다.

사실 미술의 대명사 영어인 ‘art’라는 것은 그 자체로서 예술, 기술, 기교, 인공 등으로 번역되는 것을 보면 소리가 미술이 되었다는 사실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소리는 음악의 영역에서 매체의 기능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말이다.

1960년대 후반 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퍼포먼스와 같은 캔버스에 정착할 수 없는 탈물질화’, ‘비물질화작업을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미술가들이 소리와 공간 그리고 장소에 미술로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리가 미술이 되었다면, 이제 음악도 미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오페라와 뮤지컬까지 미술로 해석할 때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은 지나친 과장일까. 이미 이탈리아의 루이지 루솔로(Luigi Russolo, 1885~1947)19133월에 소음예술을 통해 미래주의 음악 선언을 발표하며, 소음(noise)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 적이 있다.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막(膜), 14m, 2024

그리고 뉴욕 MoMA1970년 초에 공간(Spaces)’이라는 전시에서 사운드 스컵쳐(Sound Sculpture)라고 분류되는 마이클 애셔(Michael Asher, 19432012)와 예술 테크놀로지 펄사(Pulsa)의 사운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독일의 갤러리 잉에 베커(Inge Baecker)1975년 뒤셀도르프에서 보는 것과 듣는 것이란 제목의 전시를 기획했는데, 청각과 시각 분야의 중간에 존재하는 어떤 예술 형태가 가능한가를 생각하게 했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이 소리를 매체와 주제로 사용하는 소리에 대한 예술을 사운드 아트라고 정의한 것처럼, 이제 미술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상과 소리가 혼재된 작품에서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거나 기쁨과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는 것이다.

리움미술관이 보여주는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보이스는 우리에게 다가온 소리미술의 대표적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예술장르간의 영역이 불투명해지는 지점에서 예술의 물질성을 떠난 영역까지 모두 미술로 융합화시키는 본래의 아트(ART)’로서 해석을 해볼 수 있겠다.

파레노의 이번 전시는 90년대부터 최근까지 3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그의 전시는 단지 개별적인 작업의 컬렉션이 아닌 일관된 오브제로서의 가능성을 탐험하면서, 일련의 사건들이 펼쳐지는(unfold) 각본이 짜여진 공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마도 오는 9월에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의 전시주제인 판소리가 오버랩되는 일이 우연하지 않을 것 같다. 마치 광주비엔날레 프리뷰 전시를 보는 것은 아닌지.


파레노는 전시에서 다수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감성적이고 공감각적인 안무를 연출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소리미술은 자연의 소리를 증폭하여 들려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방법론은 중요하지 않다. 왜 작가는 이런 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여기에서는 물질문명에 의한 기후환경 변화를 강조하며,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고통의 소리일 수 있다.

미술관 야외 데크에 설치된 기계탑처럼 보이는 14m에 달한 신작 ()’은 마치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우주전쟁을 연상시킨다. 미술관측은 색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두뇌(AI)로 미술관 내부에 떠도는 A’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한다고 했다. ‘()’은 센서기능을 갖고 있어서, 기온, 습도, 풍량, 소음, 대기오염, 미세한 진동까지 지상의 모든 환경 요소를 수집하고 미술관 내부로 보내면, 유입된 이 데이터는 다채로운 사운드로 전환되고 또 새로운 목소리 A’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미술에 생물학, 기후학은 물론 첨단기술의 총아가 모두 동원된 셈이다.

눈사람, 물고기 풍선, 피아노 등은 다양하게 혼재된 공간을 연출하며 독특한 소리를 통해 그 자체의 또는 복합적인 소리공간을 만들었다. 매일 아침 스텝이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박스 위에 올려놓으면 눈이 녹아내리는 소리, ‘여름없는 한해란 제목을 달고 자동연주를 하는 피아노설치작품은 홀로 연주하며 위에서 종이를 갈아 주황색 눈을 떨어뜨리는 모습, 헬륨가스를 적당히 넣은 물고기 풍선이 마치 물속처럼 관람객과 조응하며 공중을 돌아다니는 광경, 빛을 내면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키네틱 조형물 무빙 라이트는 미술관 바깥의 센서타워 으로부터 외부 정보를 받아 이 정보값으로 빛을 발산하며 움직인다.


한 모텔의 밤과 낮, 비가 내리는 영상과 장작불의 타는 소리를 증폭시킨 음향효과는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일본 만화 캐릭터에 목소리를 부여한 영상 작품 세상 밖 어디든’(2000)은 배두나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가상인간의 가상언어 혼잣말은 전형적인 기계음이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웅얼거림으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공언어 창조자가 만든 새로운 언어 A’를 습득하며, 말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작품이다.

파레노의 작품은 여러 층위로 복잡하게 짜여있는 작업 때문인지 하나의 입장이나 매체로 환원될 수 없는 끊임없는 움직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상호의존하며 실제와 가상의 경계에서 예측불허한 진화를 지속한다는 점에서 시간을 감각하고 경험하는 유동적이고 열린 플랫폼이 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북아프리카 알제리 출신으로 프랑스로 건너와 수학과 미술을 공부한 파레노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유령처럼 부유하고 떠돌면서 순간을 탐닉하고 머물다가 사라진다는 존재라는 입장이다. 테크놀로지와 인공지능 등을 결합시킨 첨단지향적인 작품들을 여러 영상과 대형 설치작품으로 이야기하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와 시간적 숙명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만 주의할 사항이 있어 보인다. 우울증 환자들에겐 또 다른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화면 구성과 대형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증폭된 소리들로 인해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파레노의 작품은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의 영역, 기괴한 소리를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도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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