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문화

광주광역시서구문화원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에서 알려드리는 다양한 전시 입니다.

광주광역시서구문화원에서는 광주, 전남의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소식과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루치오 폰타나의 뚫기와 베기 ‘공간 ‧ 기다림’
강릉 솔올미술관, 새로운 세계에 대한캔버스의 공간 확장 담아

1. 

한 관람객이 묻는다.

이것도 작품이에요?”

~, 좀 어렵지요.” 관람객의 입장을 생각하여 대답했다.

칼로 베거나 구멍을 냈는데 어떤 의미에요?”

보통은 캔버스 앞면에 물감을 칠하는데 이건 캔버스 속까지 보여주네요.” 일단 캔버스의 현상 그대로를 설명해주었다.

그래서요?”

그럼 이렇게 베거나 구멍 뚫린 작품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관람객의 관심사에 대해 그 생각이 어떤지를 물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
어려워서 모르겠어요.” 어려워서 모르겠다는 말은 했지만 속으론 이 정도면 나도 하겠다라는 눈치가 엿보인다.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구멍을 뚫습니다. 무한함이 그곳을 통해 지나가고, 빛이 지나가지요. 칠할 필요가 없어요. () 모두 내가 파괴한다고 믿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2.

루치오 폰타나는 캔버스를 찢은 최초의 화가로 불린다. 작가는 왜 캔버스를 칼로 쭉 베거나 구멍을 뚫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미학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대중에게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작가의 작품은 행위를 통해 세상에 대한 철학적 가치를 내놓는다. 동의하거나 하지 않거나는 나중 문제이다. 캔버스는 미술 행위로서의 수단일 뿐 2차원 이상의 대상이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작가들의 방법론이다.

그도 처음엔 캔버스에 어떤 색이든 물감을 전체적으로 칠했을지 모르겠다. 붉은 색상이 유난히 돋보인다. 한국에서는 단색화라고 말하는 일종의 모노크롬 페인팅이다. 1950~60년대에 유럽과 미국의 화가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한국에는 1970년대 열풍이 불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이브 클라인(1928~1962)1954년 이후 단색화에 빠져들어 인터내션널 블루(IKB)라는 자신만의 색깔을 선보였고,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와 바넷 뉴먼(1905~1970)의 색면 추상화는 그 이후 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3.

루치오 폰타나는 1927~1930년 사이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브레라 미술학교를 다녔고, 193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조각작품을 출품했다. 그 후 추상조각, 또는 구상과 추상이 융합된 작업을 통해 다양한 관점의 연구를 했다. 40세 무렵 그의 작품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940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여 1946년 알타미라 조형예술학교를 설립했는데, 이때 공간주의 미술의 기반이 되는 백색선언을 발표했다. 이는 캔버스라는 전통적인 예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술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새롭고 다차원적인 미술 형식을 제안한 선언이었다.

이어 이듬해 제1차 공간주의 선언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예술적 지향점을 확고히 드러냈다. 1949년에는 공간주의의 이론적 입장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작품 검은빛의 공간환경’(1948~1949)을 제작했다.

그는 단색화에 1949뚫기(Buchi)’, 1958베기(Tagli)연작을 통해 화면을 구상함과 동시에 새로운 공간성을 창조했다는 것이 미술계의 평가이다. 처음엔 캔버스에 대한 모독이거나 지나치게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캔버스를 파괴하기 위해 구멍을 낸 것이 아닌, 미지의 우주를 발견하기 위해 구멍을 냈다라고 말한다. 캔버스를 구멍 뚫는 이러한 행위는 우리의 창호지 문에 구멍을 뚫고 방안을 들여다보는 것에 다름아니다.

 

4.

재미있는 점은 루치오 폰타나 작품을 본 누군가가 바넷 뉴먼의 작품에 비슷한 칼질을 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바넷 뉴먼의 1966년 작품 누가 빨강, 노랑, 파랑을 두려워하는가는 누군가로부터 칼질 테러를 당했다. 이는 일종의 반달리즘(vandalism), 즉 훼손행위(毁損行爲)로 인해 나타난 결과이다.

그렇다면 루치오 폰타나는 스스로 반달리즘을 자처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최근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 2006)가 경매회사에서 15억원에 낙찰되는 순간 액자에 설치된 파쇄기로 절반 정도가 잘렸다. 작품은 손상됐지만 이러한 행위가 작품의 가치를 오히려 상승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그가 캔버스에 구멍을 뚫거나 베기를 한 그 자리엔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은 그 흔적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 뚫기와 베기는 계획된 것이라기보다는 즉흥성에 가까워 보인다. 결과론적으로는 정형적인 모습을 나타내기는 했다.

어쨌든 그가 저지른뚫기와 베기를 한 캔버스의 뒷면에는 액자의 내면뿐이지만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구멍에 눈을 대고 들여다봐도 사실은 별 것 없는데도 순간적으로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니면 또 다른 작은 세계가 숨어있는지도.

그의 단색화 작품은 단순한 색상만을 보여주는 단순함으로 캔버스는 아무 것도 없네라는 텅 빈 공간을 상징적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뚫기와 베기로 인해 단색의 캔버스는 더 이상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문이 된다는 것이다.

 

5.

또한 솔올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붉은 빛의 공간 환경’(1967/2024) 등 여섯 설치작품은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공간 주제의 작품을 원형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물질성을 넘어 빛과 공간으로 확장된 공간으로 들어간 관람객마저 작품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에서 처음 미술관 전시를 선보인 김석모 솔올미술관장은 루치오 폰타나 작품들은 1940년대 후반 그가 제안한 혁신적인 공간주의 미술의 미술사적 맥락을 펼쳐 보인다면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동시대 미술에 의미있는 미학적 물음을 던진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강릉의 새로운 공공미술관인 솔올미술관의 개관전으로 414일까지 열린다.

  • 광주광역시
  • 한국학호남진흥원
  • 사이버광주읍성
  • 광주서구청
  • 광주동구청
  • 광주남구청
  • 광주북구청
  • 광주광산구청
  • 전남대학교
  • 조선대학교
  • 호남대학교
  • 광주대학교
  • 광주여자대학교
  • 남부대학교
  • 송원대학교
  • 동신대학교
  • 문화체육관광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광주문화예술회관
  • 광주비엔날레
  • 광주시립미술관
  • 광주문화재단
  • 광주국립박물관
  • 광주시립민속박물관
  • 국민권익위원회
  • 국세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