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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에서 거대한 일상을 보다
거대한 일상: 지층의 역전을 통한 형상미술

정인서(2021.06.21.)

 

광주에서 부산까지는 불과 3시간, 늘 심정적으로 멀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고속버스에 오르니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섬진강 휴게소를 거쳐 부산 노포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바로 도시철도가 연계되어 버스로 한 번 환승하여 벡스코 건너편에 자리한 부산시립미술관을 찾았다.

바쁜 일상 속에 묻혀 사는 도시인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도시로 탈출(?)하는 몸부림으로 다소간의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광주에서는 늘 눈에 익힌 작품들만 보아온 터라 다른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1980년대의 미술은 흔히 민중미술로 귀결된다. 부산도 그러했다.

우리 미술계는 1970년대까지 추상적이고 관념화된 모더니즘에 대한 구상미술이 전면부에 등장했다. 1980년대는 구상미술과 민중미술이 혼재된 시기였다. 필자는 1980년대 초반 광주의 한 미술관 전시담당으로 있으면서 지역작가를 중심으로 한 <구상작가 11인전>을 연 바 있다.

구상미술은 자연을 보이는 대로 묘사하거나 약간의 인상주의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미술이었다. 추상미술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어느 정도 형상을 갖추고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구상미술은 관람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부산시립미술관이 일을 저질렀다. 부산시립미술관이 마련한 <거대한 일상: 지층의 역전(3.31~8.22)>은 추상미술이나 구상미술과는 다른 형상미술을 들고 나선 것이다. 강렬한 색감, 인체에 대한 새로운 묘사, 욕망의 표현, 일상에 대한 주목 등 이전과는 다른 표현을 한 작가들에 주목했거나 민중미술로 분류되었던 작품들에 대해서도 해석을 달리 하는 역전을 시도한 것이다.

이 전시의 부제는 ‘1980년대 부산미술조명전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부산에서 유의미한 역사적 발자취를 남긴 작가들을 재인식함으로써 한국미술사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당시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형상미술'의 재조명을 시도하고 있다.

전시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기존 구상회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대상의 묘사와는 달리, 대상의 왜곡과 변형, 강렬한 색채를 통해 현실에 대한 자각과 표현을 시도한 작가들의 움직임을 새롭게 맥락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후 형상미술로 불리게 된다.”

물론 지금은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났다. 그래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새로운 '형상'으로 드러내려 한 1980년대 부산미술을 돌아보면서 한국미술사를 새로이 접근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고나 할까. 이번 전시는 1980년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 26명 작품 120여점과 1980년대 한국미술계를 아우르는 아카이브(archive) 등 당시의 시대정신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작품 구성은 현실의 자각, 표현의 욕구, 욕망에의 추동, 일상의 중요성 등 키워드로 분류했다. 그러한 관점에서 민중미술의 시기로 인식되는 1980년대 한국미술을 형상미술로 재고해야 한다는 도발적인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추상에서 형상으로의 회복을 현실의 표정을 통해 드러낸 현실의 표정-형상의 전개’, 일상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에 대한 표현적 시도를 다루는 표현의 회복’, 형상미술의 다원성을 드러낸 강렬한 표현주의적 시도를 보여주는 뒤틀린 욕망’, 마지막으로 거대한 일상 속 삶의 체취를 다각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격랑의 시대로 전체적인 구성이 이루어졌다.

물론 형상미술이라는 구체적인 개념 정립이 미술계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그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술평론가 김종길은 형상은 재현, 묘사,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이기도 하다면서 전통의 맥락에서 형상의 개념은 표현주의에서처럼 작가의 관심이 사물의 재현이라는 형식의 문제보다는 내용이 비중을 둔 경우이며 작품이 시대적 리얼리티를 내포하고 있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개념이라는 틀을 중시하면서도 여기에 갇혀 작품을 해석하다보면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로는 작품 자체에 몰입하여 작품이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것이다. 어떻든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시선은 표현보다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데 일치하고 있는 것 같다.


전시장 도입부 현실의 표정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마주 한다. 송주섭의 세대라는 작품이다. 주름진 피부가 메마른 땅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매우 말랐다. ‘세대’(147×78cm, 1982)는 지층의 표질을 인물의 표정으로 옮기면서 인간의 삶도 저러할진대 이 땅의 역사는 어찌했을 까라는 암시를 던져주고 있다. 1980년대 민중미술의 틀에서 설명되는 작가 그리고 작품이었지만 시대의 고난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겠다. 그런가하면 세대’(73.5×54cm, 1984)는 더 기괴해지면서 얼굴 표정이 바위덩어리, 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를 연상시켰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마지막 격랑의 시대에서 안창홍은 위험한 놀이’(73×105cm, 1983)를 통해 시대 상황을 개인주의적 화법으로 그려냈다. 중세시대 어린아이들의 놀이를 재현하면서 눈을 파내 억눌린 개인의 심리를 자극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경기대 교수 김복기는 이번 전시를 인간 존재에 대한 응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상, 인간 내면의 의식과 감춰진 욕망의 표출, 소소한 일상을 다룬 작품들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관점으로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은 늘 반복적인 틀에 갇혀 사는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사람마다 나름의 복잡다단한 얽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서 만난 거대한 일상을 통해 내 삶의 지층을 역전시키는 의식적 경험을 얻어간다면 참으로 좋으리라. 이 전시가 새로운 표현형식을 창안하거나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찾아봐야할 전시임이 분명하다.

전시장 내부는 다양한 가벽 설치를 통해 관람객들의 동선을 쉽게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 반가웠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의 관람도 눈에 띄었다. 미성년이 보기엔 다소 민망한 작품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작품엽서와 관련 텍스트를 활용한 콜라주와 색칠하기 등은 상당히 좋은 체험학습이라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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