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춘, 《미암집》 제14권 / 일기(日記) 병자년(1576, 선조9) 12월 7일

저녁에 양사형ㆍ최상중(崔尙重)과 함께 문장을 논하며 이야기를 좀 하다가 밤이 깊어서야 파했다. 양사형은 말하기를,

“광주의 정즐(鄭隲)과 장성의 정운룡(鄭雲龍)이 모두 기고봉(奇高峯)의 제자인데, 지조와 행실이 취할 만한 사람입니다.”

하였다.

*기대승(1527~1571, 《고봉전서》 고봉선생 연보

용산(龍山) 정즐(鄭騭, 1495~1564) 기대승의 스승이다. 기대승이 첫번째 스승 김공집(金公緝) 밑에서 11새 때 '연구(聯句)'를 지은 4년 뒤인 15세 때 정즐 밑에서 130구에 이르는 '서경부(西京賦)'를 지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정즐은 이 글을 읽고 평가하기를 "그 글을 읽어 보면 그 사람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니, 그 명성이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퍼지겠다. 생각이 심원하고 기상이 장대하며 어조가 고상하고 문장이 통창하다. 비록 간간이 서툴고 껄끄러운 데가 있기는 하나, 단지 이것은 조그마한 흠일 뿐이다. 조금만 더 진취하면 곧 옛 작자(作者)의 경지에 이를 것인데, 더구나 그 밖의 과문(科文)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축하할 뿐이다.……” 하였다.

용산 정즐의 평을 바탕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西京賦」가 비록 澁하고 疵한 곳이 조금 있다고는 하나 思가 遠하고, 氣가 壯하며, 語가 高하고, 辭가 達하여 내용이 걸출하여 일찍부터 奇大升의 시문에 대한 자질을 가히 짐작하기에 충분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용산의 평가는 시인으로서 奇大升의 자질을 높이 찬양하는 내옹이다.

*권윤희(2020), "高峰 奇大升의 生涯,"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uni-lab/221949018344 (2023.6.1. 인용)

위의 두 자료를 보면 정즐이 유희춘의 글에서 정즐이 기대승의 제자로 나오고 연보에서 반대로 되어 있어 위의 것이 번역 오류로 보인다.

*2023.6.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