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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동 시민아파트, 이대로 사라지는가?
서대석 광주 서구청장

옛 전남도청 앞 작은 천막. 오월의 어머니들이 뜻을 같이하는 지역민들과 함께 옛 전남도청 복원을 외치며 농성에 들어간 지 740여 일이 지났다. 폭염과 비바람에도 한겨울 눈보라에도 노구의 어머니들은 한치의 흔들림 없이 바위처럼 버텨왔다. 38년전 5·18 최후의 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을 목숨과 바꿔 지켜냈던 내 자식들의 숨결과 정신을 온전히 간직하기 위한 어미의 심정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5·18 민주 항쟁도 어느 새 38년이 지났다

5·18의 정신은 한치의 변함이 없는데, 5·18에 대한 우리의 마음은 어쩌면 세월에 흔들리고, 옅어지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 볼 때가 아닌가 싶다. 현재 5·18의 흔적들 중 온전히 남아 있는 곳은 옛 국군통합병원 부지와 옛 505보안대, 광천동 시민아파트 정도에 불과하다.

상무대 영창은 상무 신도심 개발로 형태만 복원됐고, 광천성당 안 들불야학 터는 도로 개설로 외벽 일부만 남은 상태다. 5·18 최후의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건물마저도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당시 훼손돼 이제 와서야 원형 복원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옛 국군통합병원과 옛 505보안대의 경우, 광주시에서 5·18 사적지로 지정하여 원형 보존을 전제로 국가 폭력 피해자 치유 시설과 역사 공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참으로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광천동 시민아파트는 그 사정이 녹록치 않다. 광주시 서구 광천동 650-7번지에 자리한 시민아파트는 지난 1970년 7월 사용 승인을 받아 준공된 광주 최초의 연립 아파트다.

6·25 피난민들의 거주지 마련을 목적으로 지어졌지만, 광주·전남 최초의 노동 야학인 ‘들불야학’이 광천동 성당 교리실에서 시민아파트로 옮겨진 이후에는 노동 운동과 5·18 민주 항쟁의 근거지가 됐다.

특히 80년 5월 당시 항쟁초기부터 마지막까지 계엄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투사회보’가 시민아파트에서 제작됐다.

모든 언로가 통제된 상황에서 투사회보는 5·18의 진상을 알리는 유일한 창구였고, 광주 시민들의 투쟁 의지를 하나로 묶는 구심이었다.

38년 전 그렇게 서슬 퍼런 군부 독재에 맞서 광주 항쟁의 주춧돌을 놓았던 시민아파트가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얼마 전 지역의 뜻 있는 문화예술인들은 5·18 역사 공간인 시민아파트가 사라지게 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시민아파트 앞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보는 내내 젊은 시절 그 곳에서의 뜨겁고 치열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얼마 남지 않은 5·18 역사 공간으로서 시민아파트가 소중할 수밖에 없으며, 원형 보존에 대한 절박함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시민아파트 원형 보존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광천동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과 첨예하게 맞물린 복잡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다.

2400여 명의 재개발 조합원들의 재산권 및 주거권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며, 불가능한 일 만도 아니라고 본다. 시민 공동 자산화 방안은 시민아파트 원형 보존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재개발 사업으로 훼손되거나 없어질 위기에 있는 역사적 공간을 시민 공동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공간 보존과 지역 주민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 환경 제공을 위한 재개발 사업은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이 중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아파트 원형 보존은 범시민적인 공감대가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재개발 지구 주민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지방 정부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원형 보존의 당위성을 중앙 정부에 알리고 행정, 재정적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전문가와 5·18 관련 단체 등과 함께 시민아파트에서 이뤄졌던 활동들에 대한 뒷이야기들을 발굴하여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킨다면 더욱 좋겠다.

청년 강학들의 올곧은 신념은 이 땅에 불의한 정치 세력이 등장할 때마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씨앗이 돼 왔다. 40년 전 그 자리에 있던 야학당의 불은 꺼졌지만, 그 혼불만은 영원히 빛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남도청 건물처럼 허물었다 복원하는 우를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세월이 지나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과거의 한 점이 된다. 미래 이 자리에 서 있을 세대들이 지금의 우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현재 우리의 몫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시민아파트가 원형 보존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광주일보 2018년 09월 14일>
2018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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