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사슴이다. 온 몸에 꽃이 피어난 자연에서 뛰노는 사슴이다. 언제나 웃는 얼굴, 초롱초롱한 눈빛이 사슴을 닮았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조성숙의 17회 개인전 <공존의 시간, 식물성>이 3월 9일부터 4월 8일까지 한 달간 광주 동구 운림동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조성숙은 생태와 생명, 여성에 대한 주제로 끊임없이 창작활동을 펼쳤다. 이전의 전시회 때도 갤러리 안에 들어가면 사슴들이 뛰노는 자연에 나도 몸을 맡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성숙은 이번 전시에서 역시 생명, 자연, 식물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생물의 상호 연결성을 갖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는 공존의 메시지를 담았다. 이 메시지에는 자연의 순환 속에 생명들은 지구 초기 단계부터 모든 형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생존을 위해 서로 의존하며 함께 배려해온 공존의 지혜가 깃들어져 있다는 내용이다.

최근 들어 인류는 기후변화, 환경, 각종 바이러스의 위험 등과 같은 전 지구적으로 엄청난 위험에 처해 있다. 이미 국가 간의 경계를 넘는 이 같은 인류의 불안, 위협적인 시대의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조성숙은 전지구적 위기 속에 예술이 단순히 시각적 감상의 산물만이 아닌, 인류를 위해 던지는 고귀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조성숙_사슴섬-물의이야기_162.2x130.3cm_Acrylic on canvas_2023

이같은 관점에서 초기 인류의 토템들과 모자상, 모성상들도 도자회화로 작업하여 선을 보였다. 자연성과 여성성의 공통적 요소인 생명을 품어내고 길러내는 자연의 본성이 예술의 본성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00호 이상의 대형 회화에서 도자 회화 설치까지 다채로운 전시구성으로 볼거리도 함께 제공한다. 

이와 연계하여 관람객 대상으로‘나만의 자연토템 제작하기’를 3월 18~19일 주말동안 오후2시, 3시30분 총 4회, 정원 40명으로 엽서 및 친환경 재료를 활용하여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전시를 통하여 자연성과 여성성의 공통적 요소인 생명을 품어내고 길러내는 자연의 본성이 예술의 본성과 맞닿아 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 조성숙_에코파티_300(W)x90(D)x75(H)cm_도자회화, 토우, 고재 테이블로 설치_2023

장복동(전남대)은 전시 서문에 조성숙에 대해 “자신만의 심미적 창작으로 승화시키는 화가다”면서 “그에게 캔버스는 생태적 사유와 생명의 울림, 그리고 문명이 공존(共存)․공명(共鳴)․공산(共産)의 의미로 표상되는 매트릭스다”고 말했다.

조성숙의 작품세계는 자연과 인간, 신체와 정신이 상호작용이 아니라 서로 ‘얽힘’의 구조상호작용이라기 보다 간-행(間-行)을 통한 생명의 그물을 이룬다고 덧붙였다. 

김허경(전남대)도 “조성숙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원형적 심상을 탐색하여 보편적인 이미지를 재해석한다”고 평했다. 라파엘로의 ‘삼미신’을 패러디한 <Three Venus>, 르네 마그리트의 은유와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을 적용한 <사랑의 빈집>, <숲의 소리>, 클로드 모네의 인상주의 풍경을 중첩시킨 <화가의 책>, 마르셀 뒤샹의 '샘'을 오마주 한 <예술가의 샘>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회귀와 공간적 공존을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조성숙은 논리적 사유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시공를 초월하는 심상, 바로 스스로의 ‘소회’를 통해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는 공감각적 심상을 자유롭게 펼쳐냈다면서 누구든지 시각 중심의 구도를 벗어난다면 감각의 ‘소회’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숙은 전남대 예술대학 및 동 대학원 미술학박사로 이번이 17번째 개인전이며 300여회의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광주시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2022)을 수상했다.